인구감소는 현실인데···이제서야 대책 논의 시작하는 정부
출생율 급락과 사망자 증가로 인구감소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 출산, 양육의 효과성을 검토해 제도를 재정비하고 정년 연장과 이민 정책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차례로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내용이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28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4대 분야(경제활동인구 확충·축소사회 적응·고령사회 대비·저출산 대응)를 중심으로 6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출산·양육환경을 우선적으로 손본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1회 이상 나눠쓸 수 있도록 바꾸고, 육아휴직급여 지급 대상을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고노동자와 예술인까지 확대한다. 정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 받아 장기간 유지한 중소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부족한 산업 현장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적극 유치한다. 우수 외국 인력에게는 외국인 사전허용 직종(93개)과 관계없이 취업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비자를 내년 상반기에 신설한다. 비전문취업인력이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하는데 용이하도록 현재 5년인 체류기간 자격요건을 비자 기간(4년10개월) 이내인 4년으로 완화한다.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올해 5만9000명에서 내년 11만명으로 확대하고 동포방문취업(H-2)의 취업 허용업종(광업·서비스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취업범위를 늘린다.
중장기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설계할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조직 신설도 검토한다. 체계적인 이민관리를 통해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이민을 통한 인적자본 양성 방안을 논의할 체계적이민정책연구회(가칭)를 설립하고 이민정책연구원 기능도 확충한다.
예고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고용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 60세 이상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중소·중견기업 대상 계속고용장려금과 고령자고용지원금을 늘린다.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효율성 평가를 거쳐 효과 없는 정책은 폐기하거나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15년간 280조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가 미진했다는 평가에 따른 결정이다. 저출산 대응과 관련 없는데도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된 사업들이 정리 대상이다. 양육·보육 지원금 등 현금성 보편 지원제도도 효과성을 따져 재구성하기로 했다.
빨라지는 지역소멸 현상을 막기 위해 국토·도시·지역정책 단위를 재설계하고 인구감소 지역에는 재정과 세제지원을 늘린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중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사립대학 구조개혁 지원 제도를 수립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인구대책에는 인구·돌봄·육아·고용 등 다양한 분야의 대응 방안이 담겼지만, 내용은 기존 대책과 큰 차별점이 없었다. 백화점식 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우규 한국교원대학교 부총장(한국인구교육학회장)은 “정책 대부분이 이전부터 시행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설계한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교육적인 측면에서 마련한 인구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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