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7500㎞로 달 궤도 안착… 세계 7번째 탐사 시작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는 27일 목표한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다누리는 2016년 1월부터 약 2367억원을 투입해 7년간 개발한 달 궤도선이다. 개발 기간에 무게가 처음 설계보다 늘면서 달까지 가는 궤적 변경이 있었다. 그러면서 발사 일정도 2년 늦춰졌다. 연구진은 기술적 문제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서도 꿋꿋이 개발 현장을 지켜왔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며 “그럴 때마다 연구진이 모여 극복해 나갔다”고 말했다. 큰 고비 다섯 차례를 모두 넘긴 다누리는 시운전을 거쳐 앞으로 1년간 달 궤도를 돌면서 각종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시작부터 매 순간이 고비
다누리 개발은 처음부터 고비였다. 우리나라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달 탐사 계획을 세웠다. 2020년 달 궤도선 발사가 첫째 목표였다. 하지만 달 탐사 사업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박근혜 정부 때 2018년으로 발사 일정이 앞당겨졌다가 문재인 정부 때는 2020년으로 늦춰졌다가 또다시 2022년으로 미뤄졌다. 연구진은 정권의 무관심 속에서 다누리를 개발해야 했다. 달 탐사 계획 초기 당시 항우연 안팎에서 “발사체도 못 쐈는데 우리가 무슨 달을 가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견뎌야 했다.
설계 변경 문제는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2019년 말 다누리 무게는 550㎏에서 678㎏으로 늘어났다. 발사를 2년 반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 무게가 늘면서 달까지 가는 연료가 부족해졌고, 결국 달로 가는 궤적 변경이 불가피했다. 가장 빠른 궤도인 지구를 3바퀴 반 돌고 가는 궤적을 미국만 시도했던 BLT(탄도형 달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으로 변경해야 했다.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156만㎞ 떨어진 곳까지 멀어졌다가 큰 리본 모양을 그리며 다시 지구 쪽으로 다가오는 방식이다. 지구와 태양,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 소모가 적다. 탁월한 비밀병기란 뜻의 ‘비탁(秘卓)’이란 팀이 만들어져 7개월 만에 궤적 설계에 성공했다.
발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대형 수송기를 이용해 다누리를 발사장까지 옮길 예정이었는데 전쟁 탓에 불가능해지자 일반 항공기에 맞는 컨테이너를 다시 제작해야 했다. 결국 지난 8월 5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다누리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애초 3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스페이스X 발사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돼 이틀 연기됐다.
◇총알 속도로 이동하는 달 궤도에 진입
다누리는 달 궤도 진입 때까지 4개월 반이라는 오랜 비행을 견뎌야 했다. 누적 비행 거리만 600만㎞다. 달과 지구를 잇는 38만㎞의 15배가 넘는 거리를 비행한 것이다. 비행거리가 먼 만큼 고도의 운영 기술과 통신 기술이 필요했다. 항우연은 여주에 국내 최대 심우주 안테나를 구축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통신망(DSN) 지원도 받았다. 다누리는 지구와 달 사진을 찍으며 비행 중에도 작은 임무를 수행해왔다.
달 궤도선 개발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지만 특히 궤도 진입이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총알 속도(시속 3600㎞)로 지구를 도는 달 궤도에 총알보다 두배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다누리를 진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속 8000㎞ 속도로비행하던 다누리는 시속 7500㎞로 감속한 뒤 다시 두차례의 감속 과정을 거쳐 27일 최종적으로 달 상공 100㎞ 궤도에 안착했다.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 6개는 앞으로 1년간 과학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2030년대 달 착륙선 탐사 후보 지역을 찾고 달의 환경과 자원 탐색을 하는 것이다. 나사의 고감도 카메라 섀도 캠(영구 음영 지역 카메라)은 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극지역을 촬영한다. 김 단장은 “우리가 이제 지구 밖 다른 행성으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다누리 성공은 운영과 통신 등 각종 심우주 탐사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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