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문재인 정부 탓한 윤 대통령 "사실 왜곡했다"

2022. 12. 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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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무인기 대응해 예산·부대 있었고 훈련도 했다는 지적에 '난감'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남하한 사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렸지만, 잘못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을 곡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윤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무인기 남하와 관련해 임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우선 윤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드론 부대를 창설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미 지난 2018년 드론봇 전투단이 창설됐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통령에게 드론 부대에 대한 보고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지금 있는 부대는 지상작전사령부 수준의 부대"라며 "저희가 추진하려는 부대는 합동부대 차원에서 운영하고,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좀 더 상위 개념의 드론 부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이미 (군 내에) 드론 전투단을 설치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확대'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마치 (드론 부대가)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건가"라고 반문했고 여기에 대해 이 장관은 위와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기식 병무청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당시 국무회의에서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여러 번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2018년 9월 드론봇 전투단 만든 이후 무인기가 전방 및 공군 전 부대에 배치됐고 이번에 북한의 무인기를 정찰한 국지방공레이더도 문재인 정부 당시 전력화됐다"며 "당시 신속 시범사업으로 규정해 레이더로 연동시켜 안티 드론 사업도 했고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사업도 정상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섭 장관은 대통령의 훈련이 전무했다는 발언은 "적 상황을 상정한 실질 훈련이 취약했다는 점, 특히 합동참모본부 주도 하에 모든 자산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훈련이 없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인기 체계를 발전시켰다. 2019년 이스라엘로부터 SSR(2차 감시 레이더) 레이더 11대 들여 왔고 자체 개발한 국지방공레이더 전력화를 통해 1군단과 수도군단에 우선 배정했다"며 "그런데도 훈련을 안했다고? 만약 정말로 하지 않았다면 지금 장관과 합참의장이 직무유기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드론 예산 없다고? 이전부터 마련됐고 올해 예산은 국방부와 협의

윤 대통령이 당시 국무회의에서 "군용 무인기 도발에 대한 내년도 대응 전력 예산이 국회에서 50%나 삭감됐다. 새해에 국회를 다시 설득해서 전력 예산을 좀 증액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예산과 전력을 확충하도록 하겠다"는 발언도 국회가 삭감한 것이 아닌, 국방부와 협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드론과 관련한 예산에서 국방부가 입찰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유보됐고 이미 예산이 다 있어서 추가 예산이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협의하는 가운데 국방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이 "대단히 의도적이고 정치적"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국방부에서 예산 관련해 국회에 설명한 자료를 보면,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까지 왔다가 간 이후에 2017년 9월 29일 소형 무인기 대응 체계 소요 결정했고 2018년에는 레이저 대공부 연구개발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것"이라며 이미 드론과 관련한 예산은 과거부터 책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외에도 2021년에는 소형 무기 대응 체계 '재밍'(전파 방해 및 교란) 연구개발 착수를 올해부터 2025년까지 실행하겠다고 했고 또 긴급 소요 반영해서 신속 획득 사업으로 해놓았다"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군 관계자들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전" 각오한다면서 당일 저녁 만찬 주재한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이 26일 북한 무인기의 MDL 남하를 보고 받고 확전을 각오로 하고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전쟁을 방지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며 부적절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종섭 장관은 "대통령이 확전을 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하자는 것이다. 확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이렇듯 확전 의지까지 다잡았던 윤 대통령은 정작 당일 저녁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개최하지 않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저녁식사를 가졌다.

대통령이 확전까지 발언하면서 결연한 자세를 보였으면 만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안보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지적에 이종섭 장관은 "대통령 만찬 시점은 상황 종료 및 정리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NSC를 개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장관은 "NSC는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거나 협의해야 할 결정사항이 있을 때 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작전이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어제 합참 작전 본부에서 두 차례 걸쳐 국민들께 송구 말씀 올렸고, 오늘 국방부 장관으로서 작전 결과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때 맺었던 9.19 군사합의로 인해 상호 비행을 금지하는 구역이 설정됐고 이 때문에 대응이 늦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상당히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에서 비행금지 구역 부분 만이라도 선제적으로 지키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은 어떠냐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제안에 이종섭 장관은 "9.19 합의는 우리만 지키는 것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공세적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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