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웅래 체포안 부결에 “죄질에 부합하는 사법처리하겠다”…보완 수사 거쳐 기소 전망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에서 부결돼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언제라도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열어 체포를 막을 수 있는 터라 검찰이 노 의원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은 이날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사건으로 구속 사유가 명백함에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사법적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21대 국회에서 부패범죄 혐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된 사례들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 결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은 제21대 국회 때는 국회의 체포 동의를 받아 정정순 민주당 의원,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이상직 무소속 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향후 압수물 분석, 관계자 조사, 계좌 추적 등의 보완 수사를 거쳐 노 의원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5차례에 걸쳐 현금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수사를 통해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을 열거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과 돈을 받는 현장이 녹음된 녹음파일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파일에는 노 의원이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돈 봉투 소리가 녹음됐다고 했다.
또 노 의원이 “저번에 도와주셔서 잘 저걸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고 말한 통화 녹음 파일,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 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고 인사한 문자메시지, 청탁받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문자메시지 등도 확보했다고 했다.
이날 국회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한 이유는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 없이 폐기됐을 때는 회기가 끝나기를 기다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부결됐을 때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기소한 경우가 많았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으나 검찰이 회기가 끝나기를 기다려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사례도 있다. 회기 중이 아니라면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2003년 12월30일 여야 국회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2004년 1월9일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5명을 구속했다.
노 의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년 1월9일 다시 구속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는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를 막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를 계속 이어가면 노 의원 체포도 어려워진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4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임시국회를 열 수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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