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 로봇·황반변성 치료제… `사업가`로 변신나선 대학교수들

안경애 2022. 12.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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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흥 교수 '블루로빈'
병원 이송전 현장소생에 큰도움
박세광 교수 '넥스세라'
중기부 아기유니콘 기업에 뽑혀
최경민 교수 '랩인큐브'
창고형 약물 저장 플랫폼이 핵심
박재흥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가 창업한 블루로빈은 사람을 대신하는 자동 흉부압박기와 아바타 로봇 상용화에 도전한다. 연구자들이 아바타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블루로빈 제공
박재흥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가 창업한 블루로빈은 사람을 대신하는 자동 흉부압박기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자동 흉부압박기 시작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 블루로빈 제공

기술사업화 '금맥' 캐는 대학 <중>

'코로나19 환자 A씨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팬데믹 상황에 시시때때로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이다. 심폐소생술(CPR)의 골든타임은 약 4분으로, 제때 실시하지 않으면 뇌세포 손상이 시작돼 심장이 다시 뛰더라도 후유증이 남고, 10분이 넘으면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그러나 사고나 환자 이송 현장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환자를 살릴 기회가 없다.

로봇공학 전문가인 박재흥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가 의학 전문가인 서길준 서울대병원 교수, 의공학 연구자인 이정찬 서울대 교수와 의기투합해 올해 7월 블루로빈을 창업한 이유다.

블루로빈 대표이기도 한 박 교수는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의 깊이를 유지하기 위해 몇분 단위로 교대를 해야 하고, 좁은 응급차량 안에서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압박이 힘든 경우가 많다. 로봇을 활용한 자동 흉부압박기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동적로봇시스템 연구팀인 서울대 다이로스연구실이 개발해온 로봇 기술이 블루로빈 창업의 밑바탕이 됐다. 블루로빈의 창업 아이디어는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기 전 로봇을 이용해 사람 대신 현장 소생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ILCOR)가 발표한 2020년 심폐소생술 과학적 치료 권고안에서 병원 이송 전 현장 소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도 같은 해 현장 심폐소생술 시간에 대한 지침이 새로 만들어졌다.

현재 소방방재청은 자동 흉부압박기를 도입하려 하지만 전부 외국산 제품이고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데다 한국인 체형에 부적합하다는 문제가 있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자동 흉부압박기는 심폐소생술 기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수동 심폐소생술과 유사한 피스톤 방식으로 작동하며, 의료기기 인증 요건에 부합한 기능성을 확보했다. 제품 디자인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완료했으며 시작품으로 돼지 실험을 통한 성능 테스트도 거쳤다. 박 교수는 "국산화를 통해 가격을 외산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국내 정부 보급에 용이할 뿐 아니라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됐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위치이동 기능을 통해 흉부압박 위치를 자유자재로 조절함으로써 골든타임을 줄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밝혔다.

블루로빈은 우선 구급보급 시장에 집중해 내년에 상용화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1차 타깃은 구급차량 수요다. 구급차 2대 당 1대를 도입할 경우 시장규모는 약 150억원에 달한다.

박 교수는 "자동심장충격기와 마찬가지로 자동 흉부압박기 설치가 법제화될 경우 시장규모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심폐소생술 로봇에 이어 어깨재활 로봇, 아바타 로봇도 사업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원격에서도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바타 로봇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시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산업현장, 재난현장, 우주 등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아바타 로봇 시제품을 내년 중 내놓고 시장을 키워가겠다"고 했다.

박세광 인제대의대 교수는 점안을 통한 약물 유효성분 망막전달기술과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바이오베터 생산 플랫폼을 바탕으로 2020년 2월 넥스세라를 창업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한 노인성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치료제가 핵심이다.

창업과 이후 과정에서 인제대 산학협력단이 기술가치평가, 특허권 확보, 투자유치 등을 밀착 지원했다. 창업 후 78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는 최근 중기부 '아기유니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전세계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2020년 15억 달러에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오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에 통하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했다.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화공생명공학부)가 이끄는 랩인큐브는 작년 3월 숙명여대기술지주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필요한 곳에 전달돼 장기간 약물을 선택적으로 방출하고 사라지는 '창고형 약물 저장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부위에서 필요한 기간 내에 지속적인 정량 투약이 가능한 지능형 약물방출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은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TMC(대학기술경영촉진) 사업'을 통해 창업과 후속 과정을 도왔다. 특히 구체적인 사업비전과 마케팅 전략 수립, 기술 상용화를 통한 자금확보를 도움으로써 창업기업이 겪는 '죽음의 계곡'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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