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인태전략, 외교정책사 분수령…한반도 넘어 지평 확대"(종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은 28일 발표된 한국의 첫 인도·태평양 전략이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한국은 이제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한 인태전략 설명회 기조연설에서 "지역 및 글로벌 사안에 대한 능동적 한국 외교의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독트린이라 부를 수 있다"며 이렇게 의의를 설명했다.
박 장관은 "독립 직후 한반도가 분단된 이래 가장 중요한 현안은 변함없이 대북 문제였다. 따라서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외교 사안이 항상 다른 글로벌 지역 사안보다 우선시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는 냉전 시절과 한반도가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크지 않았을 때는 당연시됐지만, 한국이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한국과 한국 주변부 문제에만 주력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맞게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 외교에 있어 "인태 전략은 보편적 가치의 수호와 증진을 대외 전략에 명시한 최초 사례"라며 힘에 의한 분쟁 해결을 반대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다.
또 "한때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 출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여국이 된 우리 나라는 역내 다른 국가들의 국가발전, 경제 성장을 향한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역내 현실에 대해선 "외교·안보, 경제와 기술, 가치와 규범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으로 인해 인태지역 국가 간 협력 동인이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그동안 자유무역주의 국제질서가 인태 지역의 번영을 뒷받침해 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경제 질서로 대체돼 상업적 고려가 안보 우려의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인태 전략은 역내 자유, 평화, 번영에 대한 도전에 대항하는 중층적이면서도 포괄적인 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경제개발과 민주화 경험을 공유하고, 기술과 문화 경쟁력 같은 독자적 강점을 활용해 실질적 이익을 파트너국에게 제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장관의 언급은 한국 외교의 초점이 한반도 문제 해결이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의 지역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인태전략 발표는 이를 위한 중요한 계기라는 취지다.
임상범 대통령실 안보전략비서관도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국한되거나 일부 소지역과의 경제협력에 한정됐던 과거 지역구상과 달리 인태 전략으로 외교적 지평을 확대한 것은 우리 외교의 '선진화'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 정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 이명박 정부 '신아시아구상', 박근혜 정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 과거 정부의 지역전략은 주로 동북아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 다변화 차원에서 추진한 신남방정책은 인태 지역에서도 특히 중요한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인도태평양이란 보다 광범위한 지역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일본, 중국에다 가치 공유국인 캐나다, 몽골을 더해 동북아가 아닌 '북태평양' 범주로 기술한 점도 눈길을 끈다.
패널로 참석한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동북아 부분을 채워 넣어야 한국이 미국 등의 인태 전략 부속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캐서린 레이퍼 호주대사 등 주한 외교단과 학계 인사, 정부 기관 등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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