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검진 미룬 ‘숨은 암 환자’ 2만명 추정…“치료 시기 놓치면 심각”

2020년 암 환자 발생 1만명 줄어
코로나로 검진 줄어든 ‘착시 현상’
암 발생 순위, 폐암→대장암→위암 순
지역별 암 발생 격차 줄어드는 추세

한 회사원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위 내시경 검진을 받고 있다.

매년 꾸준히 늘어나던 암 환자 발생 건수가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약 1만 명이 줄었다. 정부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방역 강화로 건강 검진이나 병원 진료 활동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방역이 정상화되기 시작한 올해부터 암 환자가 급증하거나, 암이 상당 기간 진행돼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암 발생 환자 2019년 대비 9218명 줄어

28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와 5년 주기로 시행되는 ‘2014∼2018년 지역별 암 발생 통계’를 발표하고 이같이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4만7952명으로 2019년 대비 3.6%(9218명) 줄었다. 암은 노인성 질환이라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환자 수가 늘어난다. 국내 암 발생자 수는 갑상샘 초음파 검진이 줄었던 2014~2015년을 제외하면 매년 늘었다.

보건당국은 2020년 암 발생자 수가 갑자기 감소한 것은 코로나로 검진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봤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됐고, 그로 인해 의료 이용이 줄었다”라며 “환자 발생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검진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2020년 암 검진 대상 중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은 최소 1만 명인데, 매년 환자가 1만 명씩 늘어난 걸 고려하면 (숨은 암 환자를) 2만 명까지 볼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암 검진을 미룬 사람들은 빠른 시일내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률을 보면 2019년 55.8%에서 2020년 49.6%로 하락했다”라며 “조기 검진을 받아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던 암 환자가 제때 발견하지 못해 치료 시기도 늦춰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 가장 많이 진단받은 암은 ‘폐암’

2020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진단받은 암은 폐암(11.7%)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는 갑상샘암이 11.8%로 가장 많지만, 국립암센터는 과잉진단으로 보고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다. 2위 대장암(11.2%), 3위 위암(10.8%), 4위 유방암(10.1%), 5위 전립선암(6.8%) 순이다.

위암은 1999년 이후 20년 동안 발생 건수 1위였으나, 2019년 2위에서 2020년 한 단계 더 하락한 3위를 기록했다. 서 원장은 “검진이 줄어들면서 대장암과 위암이 모두 줄었다”라며 “위암은 위 내시경, 대장암은 대변으로 검사하는데, 위 내시경 횟수가 줄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위암은 주요 발생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이 제균되고 있고 식사도 신선식품을 많이 먹다 보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암발생률/ 보건복지부 제공

성별로는 남성은 폐(15%)→위(13.7%)→전립선(12.9%) 순이었고 여성은 유방(21.1%)→갑상선(18.5%)→대장(9.7%) 순으로 조사됐다. 6대 암의 발생 추이를 보면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은 최근 10년간 감소 추세다. 폐암은 계속 유지되고 있고, 유방암은 증가하는 주세다. 서 원장은 “유방암의 경우 갑상샘암과 마찬가지로 과잉 진단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로 조사됐다. 10명 중 4명은 일생 중에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기대수명인 80.5세까지 살 경우 10명 중 4명(39%)이, 여성은 86.5세까지 살 경우 3명 중 1명(33.9%)이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서 원장은 “주변에 암 환자가 발생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암이 대단히 가까운 질병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71.5%로 나타났다. 종류별로 보면 갑상샘암(100%), 전립선암(95.2%), 유방암(93.8%)이었고, 간암(38.7%), 폐암(36.8%), 췌장암(15.2%) 순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년 생존율은 폐암(20.3%→36.8%), 간암(28.3%→38.7%), 위암(68.4%→78.0%), 신장암(78.6%→85.7%)으로 크게 올랐다. 췌장암도 같은 기간 생존율이 8.6%에서 15.2%로 6.6%포인트 올랐다.

◇ “암 발생률 높은 지역 역학 조사 나설 계획”

2014∼2018년 지역별 암 발생 통계를 보면 모든 암의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502.6명이었다. 지역별 발생률은 부산(525.9명)이 가장 높았고, 제주(480.5명)가 가장 낮았다. 지역 간 격차는 54.6명으로 5년 전(2009∼2013년)과 비교하면 26.6명 줄었다.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당국은 지역별로 암 발생률 차이가 나는 것을 규명하기 위해, 질병관리청과 협업해 암 발생률이 특별히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암 역학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한숙 과장은 “시군구 통계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지역들이 눈에 보인다”며 “지역 암 센터를 중심으로 특정 암 종에 대한 특화 사업과,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질병청과 협력을 통해 암역학 원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의 암 발생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2020년도 한국의 연령 표준화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62.2명으로 미국 362.2명, 캐나다 348명, 프랑스 341.9명, 일본 285.1명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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