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소액주주운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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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 많이 변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존재감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더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소액주주운동은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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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22년을 마감하는 송년회 자리에서 (사실은 성토에 가까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주제는 (소액)주주운동이다. 때마침 증권가에서는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하나의 화두였다. 같은 그룹 소속이지만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데다 흥국생명은 사실상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회사 성격이 짙다.
먼저 갑(을 가장한) 측의 주장이다. "모든 것은 회사를 위한 결정이다. 공짜가 아니지 않나. 일종의 투자라고 봐야 한다"는 옹색한 변론이다. "대다수 기업의 경영진은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소액주주보다는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주장도 펼쳤다. 실제 2011년 흥국화재 자본잠식 당시에도 지분이 없었던 태광산업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을 측은 "단 1주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라도 회사의 주인인 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너무 홀대를 받았다"며 반격을 시작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대주주는 쏙 빠진 채 계열사나 소액주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수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외치고 있으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식은 '기업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담고 있다. 그래서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과거 소액주주들은 '권리 찾기' '권리 행사'에 무관심했다. '내가 나선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터다. 그 덕분에 대주주들은 비교적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이 맹활약하면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기업의 문제점을 꼬집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경영 참여에 대한 의식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존재감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더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실제로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기업 경영에 반영되기도 한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데 급급하거나 자신들 이익만 챙긴다는 것이다. 특히 론스타나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헤집어 놓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투자자들의 불신은 깊다.
그럼에도 소액주주운동은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고,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야기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
지분을 많이 가진 대주주든, 1주를 가진 소액주주든 한 기업의 주인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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