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돈봉투 부스럭 소리까지 녹음" 설명에도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2022. 12.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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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방탄 정당'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국회, 안전운임제 등 일몰연장 실패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결국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 첫 부결 사례로,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는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 부결이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노 의원은 2년 전 사업가 박 모 씨로부터 각종 사업 청탁과 선거비용 명목 등으로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노 의원 체포동의안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특히 노 의원의 혐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세한 진술을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 장관은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녹음된 녹음 파일이 있다.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지난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제가 잘 쓰고 있는데' 하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담겨있다"면서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돼있는 사건은 본 적 없다.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서만 써야 할 권한을 악용해서 브로커로부터 6000만 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고 단순히 불법자금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브로커의 청탁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회의 보좌 조직까지 이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대표하시는 상식적인 국민들 모두 이런 중대 범죄 혐의에 이런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국회의원이라도 당연히 체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면서 "대한민국국민께서 오늘의 이 결정을 지켜보시고 기억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체포동의안 설명 도중 일부 야당 의원들은 큰 소리를 내고 야유를 보냈으나, 한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노 의원에 대한 체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장관의 뒤를 이어 신상발언에 나선 노웅래 의원은 "이유 불문하고 누를 끼치게 된 것 죄송하다"면서도,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혐의를 낱낱이 밝힌 한 장관을 향해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차고 넘치면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제시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느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갑자기 녹취가 있다, 이건 방어권을 완전 무시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가 뭐라고 해명하고 방어할 수 있겠나. 한 번 조사조차 안 하고, 표결을 앞두고 '녹취가 있다'면서 악질적으로 방어권을 무력화한다"면서 "어떻게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한 장관이 말한 것은 '행정비서가 퀵서비스로 돌려보냈다', '돈 준 사람도 돌려받았다'고 하는 건데 내가 받은 것처럼 하고 있다. 이건 언론 플레이"라면서 "정상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라고 재차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노 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는 등 수차례 부결을 호소해왔다. 이날도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회의장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의원마다 악수를 건넸다.

민주당 지도부는 별도 당론 없이 투표를 의원들 자율에 맡겼지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검찰 규탄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 분위기를 조성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또한 "검찰은 물론이고 감사원, 국정원 모든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전직 대통령과 의원, 장관까지 가리지 않고 수사 기소를 남발한다"면서 "정치를 총칼로 유린하는 것을 역사가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졌다. 다만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받을 '방탄 국회' 비판을 우려하면서도,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왔을 경우를 고려해 투표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가 더 부담스러워진다는 맥락 때문이다. 

특히 노 의원의 적극적인 해명을 듣고 반대 입장으로 마음을 굳힌 의원들도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장관이 다소 이례적으로 체포동의안 가결 필요성을 공격적으로 역설한 것도, 찬성투표를 끌어내는 효과보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심을 자극한 반대 효과가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반대표 101표가 국민의힘 의석 수(115명)에도 못 미치고, 정의당(6명)도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 6명 전원이 체포동의안 찬성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의원 불체포특권 폐지가 당론이어서 대상 의원과 사안을 막론하고 모든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 투표를 해왔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민주당 정정순·무소속 이상직·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1948년 제헌 국회가 열린 이후 현재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65번 국회에 제출됐고, 16건이 가결, 16건이 부결됐다. 33건은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회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자동 기각됐다. 검찰은 향후 보완 수사를 이어가면서 노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신상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야, 안전운임제·추가연장근로제 등 일몰법 처리 실패…협상 제자리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연말 일몰을 앞둔 법안의 연장 처리를 하기로 지난 22일 원내대표 간 합의를 이뤘었으나. 해당 법안들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이날 본회의 처리에 실패했다. 대상이 되는 법은 화물연대 파업 요구조건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조항이 규정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국민의힘이 요구하고 있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일몰법 연장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 "'윤심'에 막혔던 내년도 예산을 어렵게 처리했건만, 이번에는 여야가 처리 합의한 일몰법이 또 발목을 잡혔다"고 여당을 비난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 생존권을 다루는 법안을 '대통령 심기 경호법'이나 '괘씸 노조 응징법'쯤으로 여기는 정부·여당의 유치하고 졸렬한 국정운영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도 "여야가 함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통과시키자고 약속했지만, 이를 휴지 조각처럼 만든 장본인이 대통령실"이라며 "사실상 오늘이 안전운임제가 일몰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비록 올해 일몰은 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안전운임제 연장법이 국토위로 (60일 뒤) 넘어오면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추후 일방 처리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법 86조 규정에 따라,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60일간 하지 않을 경우 소관 위원회 3/5 의결로 바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오늘 본회의는 원래 일몰법 처리를 위해 잡았지만 일몰법안은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다"며 "원래 일몰법이 근로기준법상 유연노동제,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건강보험 지원 등 몇 가지가 있었지만 제일 급한 것은 근로기준법이다. 603만 명의 노동자들이 이 법을 적용받고 있고 30인 미만 사업장 92%가 유연근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끝내 동의하지 않아 일몰되게 됐다"고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일괄처리를 하자고 하면서 안전운임제 연장과 같이 하자는 취지로 얘기하고 있는데, 안전운임제는 안전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노조비까지 안전운임에 들어가 있고 여러 부작용이 많아 제도를 새로 정비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일몰 폐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만약 연장근로제 일몰로 현장에 큰 혼란이 생긴다면 전적으로 민주당의 고집과 몽니 때문이란 점을 미리 밝혀둔다"고 했다.

다만 여야는 최후까지 협상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미 준비된 만큼, 지금이라도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여당에 촉구헀고, 주 원내대표도 "일몰법에 대해서는 오늘 이후에도 민주당과 더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몰 시한인 올해 연말까지는 추가 본회의 예정이 없어, 극적인 상황 변화가 없는 한 그대로 일몰시한이 도래될 것으로 보인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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