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퍼트의 법칙

성현희 2022. 12.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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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주식시장과 벤처투자 시장이 역사 이래 최고 활황을 누린 2021년 미국에서는 500만개 이상의 신규 회사가 만들어지고, 그 가운데 약 2만개의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고 200여개사가 상장됐다.

사상 최고라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은 투자를 전혀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또한 투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중간에 도산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엑시트를 해야 한다. 올해에는 투자시장 위축으로 불과 20~30개 스타트업만이 상장됐다.

투자를 받았건 받지 못했건 스타트업은 반드시 엑시트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지인들로부터 받은 엔젤투자를 포함해 한 번이라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하는 확률은 0.1%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한 99.9%의 스타트업은 M&A를 통해 엑시트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적은 숫자의 기업만이 투자를 유치하고, 그 가운데 극소수가 코스닥 상장을 통해 엑시트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과 다른 점은 M&A를 통한 엑시트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든 스타트업이 기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기 때문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고, M&A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생태계는 건전하게 선순환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개최한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준비 중인 플랫폼기업 M&A 심사기준 강화 방안이 스타트업 생태계와 플랫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 보완성 및 대체성이 없는 기업결합을 뜻하는 '이종혼합 기업결합'에 대해 기존 간이심사를 하던 것을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규제 강화 방침은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으로 불리는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IT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번 규제의 배경이 된 카카오 먹통 사건은 독과점 문제나 시장지배력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슈이다. 이러한 조치가 가뜩이나 저조한 M&A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는 플랫폼 산업 위축, 스타트업 생태계 혼란, 일자리 창출 억제, 국민 편익에 부정적으로 작용될 것이다.

'기술은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 기술에 대해 충분히 잘 아는 전문가지만 안타깝게도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사람과 기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 의해 지배된다'라는 유명한 '퍼트 법칙'(Putt's Law) 이 있다. 아치볼드 퍼트가 쓴 '퍼트 법칙과 성공적인 경제관료'(Putt's Law and the Successful Technocrat)에 나오는 내용이다. 퍼트 법칙은 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기업 또는 국가의 각종 프로젝트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도 흔히 나타난다. 현실적으로 관리자가 전문가만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두 집단 간 격차를 좁힐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이 모호하지 않고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또한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권자가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서 잘 모르는 부분을 피해 가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20만개 이상의 기술창업이 생겨나는데 올해 신규 상장한 회사는 코스피 3개, 코스닥 62개에 그쳤다. 그 중 일부가 스타트업이다. 나머지 20만개에 달하는 회사의 유일한 엑시트는 M&A다. IPO는 아주 적은 숫자의 회사만 가능하지만, M&A는 무한대로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 우수인재를 필요로 하는 중견기업, 상호보완적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 모두를 승자로 만들 수 있다.

공정위에서 M&A가 불허되는 경우는 1년에 3건 안팎이고, 또한 심사 기준 전환이 스타트업의 엑시트나 성장동력을 차단할 정도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결과도 알 수 없다면 선뜻 나서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배민-요기요 결합과 관련해서는 1년이나 시간을 끌었다. 심사결과도 시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M&A 심사는 공정위의 재량이나 혁신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판정이 내려진다 해도 이를 견제할 부처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기업결합 정책은 인수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엑시트 방법이 IPO와 M&A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의 확장을 막겠다고 장벽을 쌓으면 스타트업은 가장 강력한 엑시트 방안이 없어지는 것이다.

M&A는 적극 장려해야 한다. 오히려 M&A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가지 대못을 뽑아야 할 때다.

글로벌 시장총액 상위에 위치한 애플, 구글, 아마존, MS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은 M&A를 통해 성장해 왔고, 현재에도 활발히 우량 스타트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플랫폼기업의 특성상 계속해서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고 피벗해야 한다.

대기업이 모든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직접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빅테크기업에는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이 함께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0.1%에 불과한 IPO 기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M&A를 해야 할 99.9%에 집중할 때다. 퍼트 법칙을 되새기며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혁신생태계에서 M&A는 생존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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