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돈다발 나왔는데 구속 면한 노웅래… 檢 “구속사유 명백한데 체포동의안 부결 유감”

노자운 기자 2022. 12.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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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서 체포동의안 첫 부결
집에서 돈다발 나온 배덕광·박상은은 구속
검찰, 불구속 기소할 듯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병 확보에 실패한 만큼, 검찰은 노 의원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기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는 중진 의원들을 수호하는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21대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것은 이번이 네번째인데, 앞선 세 의원(정정순·이상직·정찬민)의 체포동의안은 노 의원과 달리 가결된 바 있다.

◇ 271명 중 161명이 반대… ‘방탄국회’ 오명 불가피

국회는 28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석 271명 가운데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시켰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브로커 박모씨로부터 발전소 납품 사업, 용인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태양광 발전 사업, 국세청 인사, 한국동서발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 소재 노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해 수억원의 현금 다발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현금 다발에 박씨의 돈이 섞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왔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노 의원의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결국 팔은 안으로 굽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에서 녹음된 노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녹음 파일과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 의원의 문자 메시지 등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지난 20여년 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돼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 장관은 “어떤 공직자라도 직무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고 명확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수사 기관이 조작한 것이라며 거짓 음모론을 펴고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면서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가 불충분하기만 하면 맹목적인 진영 논리나 정당의 손익 계산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새로운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그렇게 증거가 차고 넘치면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갑자기 녹취록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내 방어권을 악질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자신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도 없다며, 체포 영장이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청구된 만큼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정치검찰’로부터 자신을 정당하게 방어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 과거 집에서 ‘돈 다발’ 나온 정치인들, 상당수 구속… 檢, 불구속 기소 총력 다할듯

민주당이 미리 당론을 정하지 않았음에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향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당이 오로지 ‘이재명을 위한 방탄정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내심 기대했던 검찰은 즉각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본건은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구속 사유가 명백함에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21대 국회에서 부패 범죄 혐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된 사례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지적대로 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21대 국회에 상정됐던 세 번의 체포동의안과 상반된 결과를 냈다. 앞서 지난 2020년 10월에는 4.15 총선 회계 부정 혐의를 받던 정정순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출석의원 186명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압도적인 동의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횡령·배임 혐의를 받던 이스타 항공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가결됐다. 255명 중 206명이 찬성했다. 같은 해 9월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받던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역시 가결됐다.

과거 노 의원과 유사하게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던 정치인들은 구속 수사를 받은 사례가 많았다. 특히 노 의원의 경우처럼 검찰이 자택이나 사무실에서 현금 다발 등 물적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는 구속 수사를 거쳐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16년 배덕광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엘시티 관련 금품 수수 혐의를 받았을 때, 검찰은 배 의원 자택에서 현금 6000만원을 찾아내 압수했다. 배 의원은 그로부터 한달 뒤 검찰에 구속됐다. 2014년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 자택에서 6억여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됐고, 박 의원은 구속 기소됐다.

2017년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을 수사할 때는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란히 구속됐다. 검찰은 당시 현금 다발이 아닌 돈을 배달한 사람의 진술, 차량 이용 내역 등을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음에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회기가 끝나면 ‘방탄국회’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에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직접 청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노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실패함에 따라 여러 변수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힘들어졌고, 기소까지 과정이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검찰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 사건을 구속 수사할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의 수사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노 의원 측은 법무부와 검찰에 역공을 가하고 있다. 노 의원 측은 “이번 일로 야당 정치인이면 무조건 구속시키고 보자는 정치검찰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이 걸리길 바란다”면서 “검찰 조사에서 나오지도 않았고 당사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녹취록의 내용을 담당 검사도 아닌 법무부장관이 어떻게 그리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인지, 유례없는 법무부장관의 불법 피의사실 공표에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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