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대표, 50일 만에 '연임 레이스' 완수…27대1 경선 뚫었다
국민연금 '황제연임' 우려에 사외 14명·사내 13명 후보 경선 진행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27 대 1의 경선을 뚫고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최종 낙점됐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지 50일, 경선을 역제안한 지 15일 만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기한 '황제 연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복수 후보 경선을 진행, 대외적으로 명분도 쌓았다는 평가다.
◇구현모,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낙점…호실적 발표날 '디지코' 성과 내세워 연임 출사표 KT는 28일 이사회에서 구현모 현 KT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구 대표는 지난달 8일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연임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구 대표는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 추진을 통해 KT에 많은 변화를 갖고 왔다"며 "과연 이런 변화가 구조적이고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임 의사 표명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구 대표는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날, 이 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성과를 앞세운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KT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조4772억원, 영업이익 45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18.4% 증가한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취임 이후 '탈통신'을 강조하며 '디지코' 전환을 추진해온 성과를 앞세워 연임에 도전한 셈이다.
이에 따라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해왔다. 심사위는 이사진 중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인(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및 사외이사 8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심사위는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총 5차례 진행했다. 지난 8일에는 구 대표가 직접 자신의 성과와 연임 이후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론이 쉽사리 나지 않으면서 '주인 없는 회사' KT를 놓고 외압설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한 차례 이사회를 더 열기로 한 심사위는 16일 구 대표에 대해 연임 적격 판정을 내렸다.
◇국민연금 '황제연임' 우려에 경선 역제안 승부수…27대1 경선 뚫어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연임 적격 평가를 받은 구 대표 스스로 복수 후보 경선을 역제안한 것.
당초 KT 이사회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연임 적합 평가가 나오면 이사회가 구 대표를 후보로 단독 추천하고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하게 돼 있다.
구 대표가 이 같은 제안을 한 이유는 최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소유분산기업이란 공기업에서 민영화됐거나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주인 없는 기업'을 일컫는다. KT를 비롯해 포스코, 신한·KB국민·우리·하나금융지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 대표는 이 같은 국민연금의 우려를 의식해 복수 후보까지 차기 CEO 후보군으로 심사하는 경선을 역제안했다.
이후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최근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인사를 비롯해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총 7차례 심사 과정을 거쳐 이날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특히 심사위는 구 대표의 디지코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점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가 90% 상승하는 기업가치를 높인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연임이 최종 확정되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KT는 민영화 20주년을 맞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고, 이는 차기 CEO 선임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왔다. 이 때문에 KT 민영화 이후 현재까지 연임 후 임기를 마친 건 전임 황창규 회장이 유일하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의무를 강조하며 KT CEO 선임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지난 27일 국민연금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으로 임명된 서원주 기금이사는 "KT와 포스코, 그리고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 기업들의 CEO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투명한 기준의 절차에 따라 (선발과 임명이) 이뤄져야 (임명과정에서) 불공정 경쟁, 셀프 연임, 황제연임과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셀프 연임·황제 연임 등 경선 과정 없는 우려를 표한 점을 고려해 경선을 역제안한 것으로, 사외 14명, 사내 13명의 후보를 종합 심사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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