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시장 주도할 업체는…테슬라?! 리비안?!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2023년 가격인하로 만회할까
2022년 전기차 투자자들은 고전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절반 이하로 추락했습니다. 내년엔 경기침체라는 거시경제 악재를 전기차 업계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2023년 전기차 업계 전망 저와 함께 살펴보시죠.
자동차 시장 전반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40년 경력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미셸 크렙스 콕스오토모티브 수석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의 경제성 문제가 2023년에도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기침체에 대해선 “신차 시장은 부자들의 게임”이라며 “경기침체는 차량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보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 감소, 디플레이션, 수요와 공급의 비우호적인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 업계의 실적에 도전적인(challenging)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경제와 금융 여건이 자동차 수요에 역풍을 불러와 재고가 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웰스파고의 콜린 랭건 애널리스트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가 여전히 앞에 있다(choppy water still ahead)”라며 험난한 상황을 예고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자동차 업체들이 2023년 이익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힘을 얻었습니다. 미셸 크렙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소비를 촉진하는 법안과 정책의 영향으로 전기차 기업들이 순풍을 탔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 소비자들은 신규 전기차를 구입할 때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게 되며, 인프라 패키지 법안으로 미국 내 35개주 5만3000마일의 도로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됩니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신차 구매시 내연기관 자동차를 배제했습니다. 전기차 소비를 촉진하는 이런 정책들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 증가가 당초 기대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급률 추정치를 2025년 13%에서 11%로 2030년 32%에서 26%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내년 글로벌 전기차 보급률은 11.8%로 올해 10.1%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에선 올해 4.2%에서 내년에는 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기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종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는 분석이 또 있습니다. KPMG가 915명 이상의 자동차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글로벌 자동차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질문에 대한 기대치 중간값은 35%로 전년 65%에서 30%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작년말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50%를 달성하겠다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게리 실버그 KPMG 글로벌 자동차 부문 책임자는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지만 단기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전기차 구매시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엄격한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배터리 원료 확보에 대한 우려, 비싼 차량 가격 등도 이유의 하나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라는 변수가 내년에도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2030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lead) 회사는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는 테슬라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지만 작년과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테슬라를 꼽은 사람이 41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올해는 223명으로 확 줄었습니다. 2~3등과 격차도 확 줄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슬라가 독보적인 시대는 이제 끝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또 눈여겨 볼 것은 애플을 꼽은 사람이 133명으로 확 늘었다는 겁니다. 아이폰 제조로 하드웨어 위탁생산에 강점을 보여온 애플이 애플카를 만들기만 한다면 단숨에 존재감 있는 생산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 조사는 10월에 진행됐는데 이달 초 애플이 전기차 출시 목표를 1년 늦춰 2026년으로 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완전자율주행차는 포기하고 고속도로로 자율주행을 축소한다는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 업체별 전망은 어떨까요?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대해서 크렙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자동차 총 판매량에서 독일의 완성차 업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를 넘어서며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시장 점유율이 불가피하게 감소하겠지만 판매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까지 미국 신규 등록 전기차의 65%가 테슬라 차량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에서 6%포인트 줄어든 수치입니다. 2020년에는 79%였습니다. S&P 글로벌은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2025년까지 2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전기차 모델이 현재 48개에서 2025년 159개로 증가하면서 테슬라가 독점하는 시장은 이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테슬라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예견됐지만 테슬라 주식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의 61%(31명 중 19명)는 투자의견을 매수 혹은 비중확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팁랭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제시한 목표주가의 평균은 272.41달러로 현재 주가대비 121%의 상승 여력이 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서 65% 하락한 상태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를 2023년 톱픽으로 꼽았습니다. 올 들어 65% 하락한 테슬라의 주가가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수준에 진입했다고 봤습니다. 팬데믹 기간 확실한 전기차 강자로 부상했고, 배터리 공급망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내년에 사이버트럭를 출시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목표주가는 33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168% 상승여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전기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로 생산하는 리비안은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해서 캔터피츠제럴드는 목표 주가를 30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23일 종가대비 57%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SUV와 트럭이라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아마존에 배송 트럭을 공급하고 있고, 자체 충전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조나스는 리비안을 톱픽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미래 수요를 잡고 마케팅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목표주가는 55달러로 187% 상승여력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리비안의 주가는 올 들어 81% 하락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44.13달러로 120% 상승여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럭셔리 전기차를 추구하는 루시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모건스탠리의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예약률이 떨어지고 있고, 주문 취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루시드는 올 하반기부터 부품 조달과 생산 공정의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생산량 목표를 계속 줄여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루시드가 스타트업 전기차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업체 가운데 하나”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루시드는 최근 최대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에 주식 매각과 공모를 통해 총 1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경기침체를 앞두고 현금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루시드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합니다. 8명 가운데 3명이 매수, 2명이 중립, 3명이 매도 의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목표 주가 평균은 14.74달러로 현재 주가 6.7달러 대비 120% 상승여력이 있습니다. 루시드의 주가는 올 들어 82% 하락한 6.70달러입니다.
전기차 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당면할 내년에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올해 업계를 괴롭혔던 전기차 원재료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스러운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도 수요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들이 어려운 거시경제 변수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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