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의 박탈감…네이버 대출비교, 빅테크 불공정 아닌가 ”

김현아 2022. 12. 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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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다 박홍민, 이혜민 대표 인터뷰
자사와 유사한 네이버파이낸셜 API에 문제제기
네이버측, 금융권 관행과 쿠콘 공동사업 등 역사성 해명
"검증된 시장에 들어온 빅테크여서 더 문제..토스, 카카오페이와 달라”
"사업자 대출 정교화할 것..시리즈C 투자유치도 진행중"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핀다 사무실에서 만난 박홍민·이혜민 공동 대표. 사진=핀다 제공

“핀다는 대출비교부터 집행까지 비대면으로 1분 안에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2015년 창업해 지금까지 ‘이게 가능할까? 이런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 수없는 개선작업과 테스트와 수정을 통해 핀테크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장해 왔습니다. 또한, 문턱이 높은 수많은 금융회사들을 만나 설득하고 또 설득하면서 없던 시장을 만들어냈죠. 이런 노력의 결과 이제는 시장에서 제법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2015년 핀테크 불모지인 한국에서 창업해 2019년 대한민국 최초의 대출비교서비스를 만들어낸 핀다의 7년간의 노력을 피력하는 것으로 박홍민·이혜민 대표는 말문을 열었다. 이데일리는 지난 26일 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두 대표는 핀다와 유사한 대출비교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사용했으면서도 소통 노력이 전혀 없었던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해선 비판적인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네이버는 저희보다 힘이 세고 덩치가 큰 빅테크 기업입니다. 그 회사에서 저희가 갈고 닦아 놓은 시장에 아무 노력도 없이 무혈입성한다는 부분에 힘이 빠지네요. 네이버파이낸셜이 저희가 만든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의 관련 문서를 베끼니 멤버들의 박탈감이 엄청 크더라고요. 업계의 관행이라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박홍민 대표)

“우리 API를 다른 회사에서 베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네이버에 대해선 실망감이 더 큽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는 대출비교 서비스 초기 시장에 들어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시장을 만들고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이 3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애쓰며 키워 놓은 시장에 네이버는 트래픽과 자본이라는 무기를 들고 아무 노력 없이 쑥 들어왔습니다. 다시 말해 혁신을 가속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이혜민 대표)”

“검증된 시장에 들어온 빅테크여서 더 문제”

대출비교 서비스 API가 핀다와 유사한 곳은 네이버만은 아니다. 토스도 유사하다. 그런데 핀다는 왜 네이버파이낸셜에 더 실망한 걸까.

네이버 측은 일부러 베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핀다와 대출비교서비스를 연동한 금융권이 나중에 진입한 빅테크들에도 유사한 명세서를 요구했고, 핀다와 쿠콘이 공동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API가 공개된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혜민 대표는 “과거에도 금융권이 다른 회사에 저희 것을 보여줘 박탈감이 있었지만 치열하게 시장을 만들면서 생긴 일이어서 나름 이해되는 구석이 있었다. 선의의 파트너라는 생각이더 컸다”면서 “이번은 반대로 실망감이 크다. (핀다, 토스, 카카오페이) 3사가 대출비교 서비스 시장을 전체 신용대출 시장의 18% 정도까지 키웠다. 저희는 (네이버 진출로) 대출비교 서비스 마케팅에 도움이 되거나 금융기관과 여신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더 혁신하는 부분이 있거나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랬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게 된 데는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하는 스타트업의 현실을 알리고 싶은 이유도 있다고 했다.

이혜민 대표는 “저희 이름으로 인터뷰가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서 “소위 빅테크들과 싸우면서 겪는 일들, 아쉬움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홍민 대표는 “플랫폼과 관련해 공정거래란 어떤 것인가 하는 논의로 이어지면 어떨까”라면서 “대출비교 시장만 보면 3개의 플레이어가 있고 전체 신용대출의 18% 정도밖에 안 된 시장이어서 네이버의 진입으로 경쟁이 활성화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트래픽을 쥔 빅테크가 기다렸다가 초기가 아닌 검증된 시장에 들어와 수익화하는 문제를 공정한 경쟁환경으로 볼 수 있는가는 짚어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 대출 정교화할 것…시리즈C 투자유치도 진행중”

핀다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빅테크 3사와 경쟁한다. 두려움은 없을까.

이혜민 대표는 “대출시장은 아직도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으로 전환되지 않는 고객들도 상당하고, 아직 이러한 서비스를 접해 보지 못한 고객도 80%가 넘는다”라며 “트래픽이 많은 빅테크들은 다양한 상품을 붙이는 방식으로 다각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핀다는 지난 7년 동안 대출이라는 한우물만 팠다. 대출에 대해서는 정교한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유명 맛집은 대부분 잘하는 메뉴 하나로 승부한다. 핀다는 대출분야에서만큼은 최고를 지향한다. 가장 정교하고 고도화된 대출서비스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핀다는 사업자대출을 강화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분석 스타트업인 오픈업을 인수했다. 이 대표는 “오픈업은 다들 이미 확보한 사업자의 업력이나 과거 매출이 아니라 휴·폐업, 매출액 최저수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능력치 같은 콘텐츠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최고의 회사”라면서 “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훨씬 더 특화된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금리가 싸다가 아니라 대출과 관련한 다양한 혜택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전했다.

핀다는 시리즈B까지 유치하며 기업가치 1000억 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자본시장이 얼어붙은 속에서 기업 가치가 하락하거나 시리즈C 유치가 어렵진 않을까. 이 대표는 “회사의 성장이 수반되고 있어 기업가치와 관련해 마이너스 같은 안 좋은 소식은 없다. 조만간 업데이트 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핀다 사용자의 인생이 꽃처럼 피었으면 하는 바람”

‘핀다’라는 사명은 파이낸스(Finance)의 ‘FIN’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상품과 사람을 많이 담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미의 ‘다(多)’의 합성어라고 한다.

이혜민 대표는 “집 때문이든, 학자금 때문이든 대출이 없는 사람이 없다. 어찌 보면 대출은 투자이고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주는 것이어서 핀다를 통해 인생이 꽃처럼 피고, 갖고 계신 계획들이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올해 말 현재 핀다 앱의 누적 다운로드는 300만 건을 넘겼고, 월 활성지표(MAU)는 75만 건이다. 올해 핀다를 통해 대환대출을 받은 사용자의 70%는 1인당 평균 금리를 4.61%p 낮추기도 했다.

사족: 사실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 중개에 뛰어들면서 건강보험데이터를 수기 입력하지 않아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회사는 이를 차별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출비교 API 베끼기 논란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핀테크에 뛰어든 큰 기업으로서 더 신중해야 했고, 논란이 발생했다면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했다.

네이버를 사랑하는 한 전직 임원은 “내가 근무할 때에는 직원들에게 스타트업을 만날 때 기록하라고 했다. 혹시 그의 아이디어가 내 아이디어와 헷갈리지 않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불편하고 귀찮지만 그게 네이버 같은 대한민국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의 책무라고.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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