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 수순… 與 “날치기” 반발

‘남는 쌀 정부 매입 의무화’ 골자
농해수위 전체회의 전격 통과
법사위 안 거치고 본회의 직행
안전운임제 연장 등 일몰 법안
여야 이견차 못 좁히고 ‘평행선’

여야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하려던 쟁점 법안들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일부 법안 일몰 조항 효력이 내년부터 사라져 민생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점은 여야 모두에 부담이어서 어떻게든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쟁에 민생이 뒷전이 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항의하는 與 의원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원장 자리로 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의 반발에도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근로기준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 법안은 각각 화물차 안전운임제 3년 연장,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 건보재정 국고 지원에 대한 일몰 시한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일몰 시한이 올해까지여서 효력을 연장하려면 늦어도 이날 본회의에선 처리됐어야 했다.

안전운임제 연장은 민주당, 특별연장근로 연장은 국민의힘이 요구 중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여야 견해차가 커서 접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절대 불가 방침이지만, 야당은 ‘합법파업 보장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산업계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간 근로 시간 규제에 따른 인력난, 비용 증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이 걸린 사안이라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민생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관련 을지로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상위 노조인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지난 12일부터 17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제가 일몰된 뒤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찬반이 팽팽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회의로 넘기는 등 강행 처리 수순을 밟아 분위기가 더욱 악화했다.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 60일이 넘었으니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임위로 가져간 뒤 본회의로 곧장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행법상 상임위 소속 재적 의원의 5분의 3이 찬성하면 법안을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농해수위 정원은 19명인데, 이 중 위원장(소병훈 의원)을 포함한 1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까지 더하면 농해수위 여야 구도는 사실상 7대 12다. 애초 국민의힘이 수적 열세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양곡관리법이 이날 곧장 본회의에 상정되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병훈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가운데 정부의 쌀 시장 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곡관리법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쌀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당은 ‘벼농사에만 특혜를 주는 격’이라며 반대한다. 

한편 여야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회사채발행 한도를 각각 2배, 4배에서 6배, 5배로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 31건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여야는 이 밖에도 후반기국회 여당 몫 상임위원장 5명을 새로 선출했다. 국민의힘 박덕흠·윤영석·김태호·한기호·장제원 의원이 각각 정보위,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배민영·박지원·우상규·이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