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원료로 탄소배출 없는 전기 만든다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2. 12.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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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시프트가 미래다 ③
美 가스터빈 기업 PSM
천연가스 없이 수소로만
전기 생산하는 기술 확보
美정부 청정수소 생태계
80억弗 대대적 지원 나서
한화PSM 직원들이 수소를 65%까지 섞어서 연소(혼소)할 수 있는 '플레임 시트' 장비의 점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PSM】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 12월 초에도 뜨거운 햇빛이 바닷가 모래를 달구고 있었다. 연중 따뜻한 날씨로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로 사랑받는 이 도시에는 태양 말고도 타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수소 불꽃이다.

미국의 가스터빈 전문기업 파워시스템매뉴팩처링(PSM)은 가스터빈의 성능과 수명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같은 기업들이 자체 설계·생산한 가스터빈을 개·보수해 더욱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PSM은 기존 가스화력발전소에서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천연가스와 수소의 혼합 비율을 100대0에서 0대100까지 어떤 비율로든 조절이 가능하다. GE 등 세계적인 기업보다도 높은 기술 수준이다.

PSM이 촬영한 수소 혼소 영상을 확인하니 기존 가스 기반 화력발전과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천연가스 비중이 100%일 때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 불꽃처럼 파랗고 투명한 불꽃이 연소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점차 수소 비중을 높여가자 서서히 색이 옅어지던 불꽃은 수소 농도가 70%를 돌파한 후 거의 투명해졌다. 투입하는 연소용 기체의 수소 농도를 100%로 높이자 불꽃은 색 없이 뜨거운 열기가 일렁이는 모습만 관찰됐다.

수소 혼소는 수소를 활용한 거대한 산업 생태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수소는 화석연료와 달리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는 특정 조건 아래에서 산소와 만나면 에너지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물만 배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소전기차다. 수소차는 주행 결과로 미세먼지나 탄소 배출 없이 순수한 물만을 배출한다. 현대의 넥쏘나 도요타의 미라이 같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이에 해당한다.

상업용 운송수단으로서 기대도 크다.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는 대규모·장거리 수송에 제약이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나 니콜라 같은 기업들이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해 상용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도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는 내년까지 123개의 충전소를 건설하고 수소차를 최대 3만대 보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운송보다 더 막대한 수소 양이 쓰이는 쪽이 산업 분야다. 수소 사용이 가장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수소 혼소다. 수소 혼소는 현재 혼소를 위한 기술력은 확보됐으나 혼소에 사용할 청정 수소 확보가 문제다.

미국 정부는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수소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 지원책을 내놨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자국 내 청정수소 허브 구축을 위한 '지역 청정수소 허브'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80억달러(약 10조원)를 들여 청정수소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으로, 전국에 6~10개 허브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청정수소의 확보와 사용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수소 생태계가 무르익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고자 해외 청정암모니아 도입에 나섰다.

수소의 한계도 있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만드는 방식(개질)이다. 그나마 블루수소·암모니아는 탄소 포집 기술로 지구 온난화를 억제한다고 하지만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SK(주), SK E&S, SK가스 등이 '청록수소' 기술 기업에 투자하며 협력에 나서고 있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탄소를 고체화해 처리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여 수전해 방식으로 만들 '그린수소'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는 레드·퍼플·핑크수소도 유력한 미래 수소 생산 방식으로 거론된다.

[플로리다/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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