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양곡관리법 초유 '법사위 패싱'… 與 "이재명 꼭두각시냐"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2. 12.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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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계류 60일 지나자
野, 농해수위 열어 투표강행
선진화법 이후 첫 본회의 직행
정족수 채우려 윤미향 동원
與 "李 지시에 일사불란
尹에 거부권 건의할 것"
국민의힘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에서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수하게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다수의 힘을 이용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해 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초로 이뤄진 직회부 요청이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 양곡관리법"이라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민주당 지도부 지시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28일 여야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이 대표가 7대 민생과제 법안 중 하나로 선정하며 국회에서 논란의 핵심이 됐다. 여당 반대에도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를 만들어 10월 법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달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다시 처리했다.

여당은 법사위에서 이 법안을 심사하지 않고 지연작전에 나섰고 60일이 지나자 야당이 법사위를 패싱하고 본회의에 바로 보내기 위한 표결을 할 목적으로 이날 농해수위를 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이 이유 없이 60일간 심사되지 않았을 때 해당 상임위 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로 바로 보낼 수 있다.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되지 않으면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직회부를 결정할 수 있다. 농해수위는 총 19명으로 이 중 민주당이 11명이지만 윤미향 무소속 의원까지 더하면 12명으로 정족수가 충족된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이 만능이 아니란 취지로 "쌀값이 4.9%만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 법으로 규정하면 절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희용 의원도 "(오늘 농해수위에) 기표소가 미리 설치돼 있고 이미 짜인 각본처럼 (투표로) 흘러가고 있다"며 "민주당이 언제까지 다수당 할 거 같냐. 언젠가 상황이 거꾸로 됐을 때 여기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항상 거론될 것이다. 그때 민주당도 그렇게 처리했다고"라고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결론도 나기 전에 직회부 보도자료가 먼저 기자들에게 돌기도 했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 이양수 의원은 "회의 시작 전에 양곡관리법 본회의 부의 의결됐다고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민주당에서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며 "어떻게 이게 (농해수위 야당) 위원들 뜻이라고 받아들이냐"고 항의했다.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이에 정회를 선언했고 농해수위 야당 간사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의결 후 기자회견을 할지 안 할지 실무자들이 안을 만든 것이고 이게 특정 언론인에게만 배포된 것"이라며 "유출이 맞는다"고 해명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소 위원장은 정오께 투표 개시를 선언했고 여당 의원들은 소 위원장 자리로 몰려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여당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윤미향 의원을 포함한 나머지 12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면서 직회부가 결정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최소 한 달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상임위 차원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 해당 법안을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해 부의하게 돼 있다. 30일간 합의되지 않으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본회의 부의가 결정되면 다시 표결을 통해 법안 통과 여부가 정해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회의 부의에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일러야 내년 1월 27일 이후에나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되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이재명표 1호 강행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양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법안이 될 전망이다.

[우제윤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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