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할 권리 사라졌다 … 野, 중기 애끓는 호소에 끝내 대못질
"회사 접거나 범법자 되란 말"
中企 법처리 호소 결국 외면
與, 일몰이후 보완입법 추진
도입전 계도기간·처벌유예 등
고용노동부 대응책 마련 고심
"일을 더 하겠다는 근로자들도 줄 서 있고, 일감도 밀려 있고, 돈도 주겠다는데 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 이대로 범법자가 되던지 공장문이라도 닫으라는 겁니까."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인 경남 창원의 한 기계 도금업체 A사 대표는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으로 영세 기업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연장근로 수당이 없어질 것을 우려한 외국인 근로자 20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빠져나가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려면 인력을 더 뽑아 3교대로 바꿔야 하는데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치솟았다. 그나마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에 1주 8시간 추가적인 연장근로가 허용되면서 남은 근로자들을 붙잡고 납기를 간신히 준수해왔지만 내년부터 이마저도 어려워지자 사업 존폐를 고민하고 있다.
A사 대표는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되면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사업 존폐 위기에 처하거나 범법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영세 중소기업이 직면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국회 탁상공론 때문에 수년간 이어온 가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여당은 추가연장근로제를 일단 일몰시키고 내년에 입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몰 법안들을) 일단 일몰시키고, 그다음에 제대로 된 제도를 재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간 고성 끝에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더 일하고 싶어도 더 일할 수 없게 만들면 급여가 45만원 이상 줄어드는 열악한 노동자들 앞에 남은 길이 무엇이겠냐"며 "노동을 살 자유와 팔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자유와 다양한 선택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만일에라도 30일 본회의가 다시 열리게 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2018년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던 당시 사례를 검토 중이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처벌 계도기간을 둬 30인 미만 사업장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고용부는 2019년 말 중소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을 위해 근로자 수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근로자가 사업주를 주 52시간제 위반으로 고용당국에 신고할 경우 최대 6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시정이 되면 처벌하지 않았다. 또 계도기간 중에는 근로감독을 하지 않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을 적기에 해소하기 위해 8시간 추가근로제의 유효기간 연장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일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 입법 촉구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의 급격한 도입에 따른 애로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현장 인력난 등 어려움을 고려해 민생 지원을 위한 한시적·단기적 조치로 유효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동환 기자 / 양연호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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