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 →3명 →1명..KT이사회, CEO 최종후보는 구현모
3명의 후보자들에 대해 면접 심사 및 토론
5만8천명 KT그룹 이끌 공채출신 구현모 연임 사실상 확정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혁 요구 수용 언급도 눈길
KT 이사회(이사회 의장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구현모 현 대표이사(CEO)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CEO 후보로 결정했다. 구 대표가 이사회에 ‘복수후보 심사’를 요청하면서 사내외 인사에 대한 적격 여부를 검토해 최종 후보를 28일 결정한 것이다.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를 차기 CEO 후보로 낙점한 이유로 재임 기간 보여준 실적 향상과 주가 부양, ‘공룡 KT’에 혁신을 불러온 성장형 포트폴리오를 만든 리더십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3명 후보 대상 최종 면접
28일 KT이사회 안팎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경까지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3명의 CEO 후보에 대한 면접 심사와 토론을 진행했다. 구 대표의 복수후보심사 요청 이후 지배구조위원회가 14명의 사외인사와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해 1차 심사를 했고 여기서 추려진 3명에 대해 이날 면접이 진행된 것이다.
구현모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 심사 총 5차례, 구 대표의 복수후보 심사 요청 이후 총 7차례의 심사를 거쳐 확정됐다. 복수후보군은 자천·타천이거나 언론에 이름이 오른 14명의 외부 인사, KT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를 상대로 진행됐으며, 이중 최종 3명의 후보에 대해선 이날 면접이 진행됐다. 사외이사 A씨는 “8시에 모여 아침을 먹고 후보자 세 분에 대한 면접 심사와 토론을 하고 오후 2시경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로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는 함구했다. A씨는 “그분들 명예를 지켜드리기 위해 절대 외부로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KT 정관과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CEO 후보자 결정을 위해 반드시 공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사들이 적절한 CEO 후보를 추가로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있다. 사외이사 B씨는 “CEO 후보를 정하면서 공모를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이번에 이사회에서는 정관과 규정에 맞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KT의 미래에 맞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정했다”고 자신했다.
◇구현모 대표, KT그룹 성장시킨 리더십으로 미래 책임져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와 이사회가 구 대표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눈부신 실적 향상과 주가 상승 때문이다. 이사회는 공식 자료에서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점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가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인 점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및 성공적인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그룹 사업 구조 및 기업 이미지 개선을 통해 KT그룹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점 등을 꼽았다.
이날 면접 당시 주요 질문이었던 KT그룹의 미래성장에 대한 비전 역시 구 대표가 가장 잘 대답했다고 전했다. 구 대표가 △디지코 전환 가속화를 위한 성장전략 및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고 △통신(Telco)·B2B 사업구조 혁신, 아웃소싱 개선 등 명확한 이익 제고 방안을 제시했으며△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조직 운영체계 혁신 및 우수 인재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구 대표는 황창규 회장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약식명령 1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KT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의 법적 이슈와 관련한 대표이사 자격 요건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관과 관련 규정상의 이사 자격요건 등을 고려 시 차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혁 요구 수용할 것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이사회에서 KT지분 10.35%를 지닌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해 계속 연구할 것을 결의했다는 점이다. KT이사회는 공식 자료에서 ‘주요주주가 요청하는 ‘지배구조 기준과 원칙 정립’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 KT가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대로 현직 CEO 단독심사의 틀은 깼지만, 앞으로 차기 CEO 후보를 심사하는 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의 경우 CEO의 임기는 어느 정도로 하는 게 적정한지 등을 연구하겠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에선 경영만 잘하면 20년을 하는 CEO도 있다. 대신 잘못하면 그냥 바로 자른다”면서 “KT나 포스코 같은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인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구현모 대표는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그는 1987년 KT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KT맨’이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면 앞으로 3년 동안 KT를 포함해 50개 계열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5만8000명을 이끌게 된다.
이날 구현모 대표의 공식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2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리는 ‘양자기술 최고위 전략대화’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다. 이 행사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차기 CEO 후보로 선정된 뒤 첫 번째 공식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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