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경쟁, 기업 혼자선 못 이겨"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2. 12.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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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반도체 산업을 놓고 대담을 나누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 역사를 담은 책 '히든 히어로스'를 함께 펴냈다. <박형기 기자>

"대기업과 승자에 대한 반감을 가진 정치가 'K칩스법'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뛰지만 한국 정치는 오로지 내후년 총선만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됐던 K칩스법이 반쪽짜리로 전락한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반도체 성공 신화의 일원이었던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K칩스법을 주도한 양향자 국회의원(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장)도 최근 매일경제와 가진 좌담회에서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삼성전자에서 팀장과 후배 직원으로 만난 임 전 사장과 양 의원은 한국의 반도체 신화를 다룬 책 '히든 히어로스'를 함께 펴냈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떠오르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뤘다. 특히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히든 히어로스' 역할을 하는 기술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K칩스법은 국가의 전략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기에 정쟁으로 접근할 사항이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반대 정서가 강했고, 국회 전반에 '승자'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에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려던 당초 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대신 '대학별 총원 내 조정'으로 바뀌게 됐다는 설명이다. 임 전 사장은 "경기 남부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몰려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며 "산업과 교육이 모여 있는 것이 경쟁력인데 인위적으로 대학 정원을 규정하는 것이 시대에 맞나"라고 반문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임 전 사장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많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 승부에서 밀릴 경우에는 후폭풍이 클 것"이라며 "경쟁 기업은 자국 정부와 함께하고 있는데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산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승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찔끔' 오른 투자세액공제율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3일 국회는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당초 여당안 20%는 물론 야당안 10%보다도 후퇴한 수준이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시설·장비 투자에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임 전 사장은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통제할 힘을 갖고 있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파트너와 같은 지위를 유지하려면 기술적인 차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인센티브가 지속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논의될 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에서 부족한 법안을 보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는 "반도체 특화단지는 국가 전체의 플랜하에서 지정돼야 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보고 가야 한다"며 "기술 인재들을 더 많이 육성할 수 있도록 특위에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사장과 양 의원은 책 '히든 히어로스'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세 기술, 필연 산업'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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