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경험은 성숙한 세계시민 되는 길"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2. 12.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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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
29일 창립 30돌 맞은
국내유일 문학지원 재단
김애란·윤고은·김연덕 등
수많은 문학 인재들 발굴
한국작품 번역, 문학포럼 등
누적 지원금 582억원 달해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김애란 작가,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윤고은 작가, '재와 사랑의 미래'라는 시집과 에세이로 사랑받는 김연덕 작가, 청소년 SF소설을 개척하고 있는 전삼혜 작가, 주요 문학상을 휩쓴 정한아 작가. 활발하게 작품활동 중인 이들은 모두 대산문화재단이 발굴한 한국 문학계의 보석이다.

한국문학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온 대산문화재단이 29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민간에서 만든 국내 유일의 문학 지원 재단으로, 1992년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뜻에 따라 교보생명이 출연해 만들어졌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은 "문학이 사회 구성원, 나아가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대산문화재단을 운영해왔다. 문학의 가치는 퇴색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예술과 문화를 지원하는 일은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하기에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 회장은 "가장 소중한 문학적 경험을 전하는 문화재단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새로운 비전도 공개했다. 그는 "우리의 새로운 사명은 '모든 사람이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 세상을 이해하며 성숙한 세계시민(글로벌 시티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으로 정했다"며 "앞으로도 한국문학 발전과 세계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법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선친의 뜻을 따른 것이었다. 신 회장은 "재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깊이 있게 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세계의 일원으로서 서로를 잘 이해하고 공동의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며 공통의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17년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시인협회로부터 명예시인으로 추대됐고, 같은 해 한국과 프랑스의 문학과 사상 교류에 힘쓴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다. 2018년에는 대산문화재단, 교보문고, 광화문글판 등을 통해 한국문학의 발전과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선친인 신용호 창립자(1996년 금관문화훈장)에 이어 은관문화훈장도 받았다.

이 재단이 지난 30년간 문학 관련 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582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통해 작가 147명에게 시상했고, 신진 문인 창작 지원 프로그램인 대산창작기금을 만들어 작가 310명의 창작활동을 격려했다. 대산대학문학상으로 지금까지 113명의 신인 작가를 발굴하며 한국문학계의 토양을 넓혔다.

특히 번역·출판 지원 사업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산파 역할을 했다. 박경리, 황석영, 이승우를 비롯한 한국 대표 문인들의 작품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났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서울국제문학포럼, 동아시아문학포럼과 같은 국제 행사를 개최해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오르한 파무크, 오에 겐자부로, 모옌 등 세계의 저명한 작가들과 소통하며 한국문학이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교보인문학석강, 문학그림전, 교보인문기행 등 일반 대중이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의 문학·인문학 사업도 펼치고 있다.

대산청소년문학상, 대학생아시아대장정,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운영 등 청소년 육성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신 회장은 "청소년들이 '문학의 힘'을 믿기를 바라고, 이런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성찰하며 미래 비전을 세울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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