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추방자' 조코비치의 화려한 컴백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가 거의 1년 만에 호주를 다시 찾았습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과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이 뉴스가 되는 이유는 불과 11개월 전인 지난 1월만 해도 정반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호주 오픈 출전을 위해 호주 공항에 도착했던 조코비치는 비자가 취소돼 추방 조치를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공항에서 '추방' 당한 디펜딩 챔피언
지난 1월은 호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입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이뤄졌고, 모든 입국자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자'인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호주 멜버른 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백신은 접종하지 않았지만, 나름의 명분은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그러니까 호주에 입국하기 한달 여 전 조코비치는 코로나19에 확진됐습니다. 이러다보니 백신접종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연 면역'을 내세운 것입니다. 여기에 호주테니스협회와 호주오픈이 열리는 빅토리아 주 정부로부터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며 비자 발급을 요청했습니다.
◆ '백신 선택권' 논쟁으로 확산…이어진 반전
하지만 호주 연방정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별도의 지정 호텔에 격리조치된 조코비치는 약 10일간 호주 정부와 법리적 해석을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비자 취소와 함께 추방 조치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호주오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세르비아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조코비치와 호주 정부의 논쟁 과정은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연일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범위를 확장해 '백신 선택권' 논쟁으로도 번졌습니다. 팬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었습니다.
호주에선 비자 취소로 추방되면 향후 3년간 입국이 금지됩니다. 이에 따라 비자 취소로 추방된 조코비치는 2025년까지 호주에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인 통산 9차례나 우승한 호주오픈을 TV로 지켜봐야 하는 위기에 몰린 겁니다.
그런데 지난 5월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며 9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겁니다. 새롭게 출범한 호주 정부는 7월 외국인 입국자 백신 접종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곧바로 조코비치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호주 이민당국과 소통해 3년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한 철회를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호주 입국 비자를 다시 발급 받았습니다.
◆ 11개월의 롤러코스터…마침내 호주 입성
조코비치를 추방했던 올해 초와 비교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백신 미접종에 대한 나름의 이유(자연면역)가 있었던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고, 그에 따라 3년간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전 정부의 결정이 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정치적 판단도 조금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든 저렇든 불과 1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조코비치는 결국 호주에 입성했습니다.
조코비치의 입국에 대해 호주 테니스협회 회장이자 호주오픈 디렉터인 크렉 타일리는 "호주 국민의 반감은 없을 것이다. 조코비치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코비치 역시 "호주오픈은 내가 가장 가장 성공을 거둔 그랜드슬램이다. 호주의 멋진 여름올 보내고 싶다"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현재 그랜드슬램에서 21차례 우승한 조코비치는 역대 최다 기록(22회)을 보유한 나달을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더구나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서 개인 통산 9차례 우승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기록을 향해
조코비치가 빠진 올해 호주오픈에선 우승한 선수는 나달입니다. 이 우승으로 나달은 '황제' 페더러를 넘어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신기록(21회)을 작성했고 이후 주무대 프랑스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우승 기록을 22회로 늘렸습니다. 이러는 사이 조코비치는 백신 규정이 없던 올해 윔블던에서 정상에 오르며 우승 기록을 21회로 늘렸습니다.
그동안의 호주오픈 우승 경력과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조코비치의 우승 가능성이 나달보다 높은 건 사실입니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규정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호주오픈과 US오픈에 조코비치가 나섰다면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의 주인공은 나달이 아닌 조코비치였을지도 모릅니다.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은 지금의 전 세계적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지표처럼 보입니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의 카타르월드컵을 포함해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물론 중국의 상황은 좀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현재 세계랭킹 5위인 조코비치는 내년 1월1일 개막하는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에서 호주오픈 우승을 위한 예열에 나섭니다. 이후 1월16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2023 호주오픈에서 22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합니다.
호주로 돌아온 조코비치의 여름은 어떻게 장식될까요?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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