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조합비 어떻게 걷는지부터 밝혀야
며칠 전 한 대형노조 크레인지회 조합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조합비로 내는 돈이 도대체 얼마가 되는지 아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정부가 노조의 회계와 재정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 민주노총이 걷는 조합비 중 '알려진' 조합비가 정규직 노동자 1인당 월 1450원이라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노조를 상대하고 있는 그의 얘기는 달랐다.
이 분야에서 25년을 근무한 그는 지회에 월 조합비로만 15만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개인사업자처럼 일거리를 직접 따와야 하는 크레인 기사들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3000만원에서 4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해야 한다. 지회는 여기서 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했다. 한 달에 적게는 150만원 선에서 많게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사실상의 조합비로 낸다는 얘기다. 그는 "이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조합을 탈퇴하면 일거리를 따올 수가 없다"면서 "조합비 15만원도 기준이 없어 30만원까지 내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노조 조합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례들이 관심을 받지만, 조합비가 어떻게 걷히는지에 대한 회계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기성 노조의 틀을 깨고자 등장한 MZ 노조의 회계 특성은 1000원 단위도 공개하는 투명한 지출회계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액제로 조합비를 걷는다는 데 있다. 서울교통공사 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월 1만원,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월 3만원씩을 정해두고 걷는다. 조합원들은 복잡한 계산 없이도 내가 속한 노조가 한 달에 어느 정도 규모의 수입이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단체행동이 필요해 지출이 많이 예상된다면 조합비를 늘리고, 그렇지 않다면 줄이는 방향으로 조합원들이 능동적으로 조합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노동조합법 3조에서는 노동조합을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만든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알 수 없는 기준에 따라 조합비를 내고,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구성원들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면 이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을 '주체'라고 할 수 있을까.
[박제완 사회부 park.je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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