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칼럼] 文 '재조산하' vs 尹 '국가개혁'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2. 12.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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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나라 개조' 외쳤지만
독선과 불의, 무능 '민낯'만
성장과 도약 위한 3대개혁도
'소통' 막힘 없어야 본궤도

박근혜 정권이 탄핵 위기로 내몰린 2016년 12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내세운 새해 사자성어는 '재조산하(再造山河)'였다. 문 후보는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으로, 우리도 대한민국 대개조에 나서자"고 했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서애 유성룡에게 적어준 글귀로 알려진 '재조산하(nation rebuilding)'를 정권 교체를 앞두고 시대적 과제로 내건 것이다.

그러나 촛불로 권력을 잡은 문 정부는 5년간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의와 위선, 무능의 '민낯'만 보여줬다. 김정은의 '가짜 평화쇼'에 속아 대한민국 안보를 뒤흔들고 법의 이름으로 법치를 유린했으며 포퓰리즘으로 자유시장경제를 망가뜨렸다. "협치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갈라치기로 국론 분열과 반목을 조장했다. '정의'와 '공정'을 구실로 전 정권 적폐몰이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정책 실패를 감추려고 통계까지 부풀려 '성과'로 포장하려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족장의 가을'에 나오는, 일상의 시간마저 마음대로 바꾸는 '기괴한 권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다수 국민의 바람으로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켜켜이 쌓인 문 정권의 환부를 도려내는 '광정(匡正)'에 나선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문 정권 심판만으로 국가 성장과 도약을 꾀할 순 없다. 이념과 진영논리로 물든 광란과 퇴보의 시대를 청산하되, 통합과 미래를 위한 변혁과 전진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지적처럼,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개혁에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야당의 정략적 반발이 따른다. 이런 장벽을 뚫고 나가려면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한 국론 결집이 필수다.

하지만 최근 윤 정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먼 듯해 걱정이다. 대통령 '관저정치'에 측근과 친윤계 인사들만 부르고 신년 기자회견을 신년사로 대체한 것이 그렇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아쉽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의중을 살펴 '전당대회 경선 룰'을 정한 것도 다수 민심에 역행하는 '일방통행'으로 비칠 수 있다.

계몽주의 사상가인 데이비드 흄은 '외집단 편향(outgroup bias)'을 경계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 구성원은 호의적으로 대하고 공동체 밖 외부인은 차별하는 인간의 본성을 꼬집은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국민 뜻을 받들겠다"는 다짐을 잊고 '동류의식'에 젖어드는 것은 개혁을 가로막는 자충수다. 더구나 국가지도자 자신이 누구보다 더 많이 안다는 우월감에 빠져 소통과 공감, 조정과 타협 대신 '상명하달'식 지시와 '수직적 보고' 체계에 익숙해지면 혁신과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20년 집권'을 장담했던 문 정권이 5년 만에 자멸한 것도 자신들만이 '정의'이자 '선'이라는 아집에 빠져 독단적인 국정과 인사로 민심의 분노를 불렀기 때문이다.

한 원로인사는 "이명박 정부가 '블랙아웃' 사태가 터졌을 때 큰 잘못이 없던 지식경제부 장관을 경질한 것은 정부가 시중 여론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정부도 엄중히 지켜본다는 시그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국정운영이란 이런 것이다. 윤 정부가 자신들을 향한 불편한 진실이나 비판을 뒤로하고 '집단사고' 위험에 빠지면 국민적 역량 결집은 물론 국가경쟁력 회복과 선진국 도약을 위한 노력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대내외 위협과 도전으로 엄중한 갈림길에 서 있는 대한민국에도 불행한 일이다. 이제라도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귀를 더 열고 국민 뜻을 세심히 살펴 새해를 국가개혁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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