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첫 세계 전략···미중 틈새 벗어나 '글로벌 중추국' 비전 담아
한국정부 첫 독자적 지역전략
'자유·평화·번영' 3대 비전 추구
포용·신뢰·호혜의 협력원칙 강조
민주주의·법치 기반 지역질서 강화
阿·남미까지 세계로 외교전략 확장
"中 등 특정국 겨냥·배제 안 해"
"美中과 공동이익 추구, 두 토끼 잡겠다"
윤석열 정부가 28일 인도태평양 전략 세부 내용을 담은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지역 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발표한 37쪽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는 자유·평화·번영이라는 3대 비전과 포용·신뢰·호혜라는 3대 협력 원칙 및 9대 중점 추진 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9대 중점 추진 과제에 △규범·규칙 기반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구축 △법치주의·인권 증진 협력 △포괄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등을 담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국의 외교정책 중심을 기존 한반도에서 전 세계로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글로벌중추국가(GPS)’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패권 경쟁을 펼치는 미국·중국과의 공동 이익을 각각 추구할 뜻을 분명히 했고 미국과 일본 등 가치공유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을 포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한국은 이제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尹정부 외교 독트린”···한반도 넘어 아프리카·중남미까지 포괄=인도태평양 전략 최종본은 러시아와 중동 지역 국가를 제외한 사실상 전 세계 국가를 모두 포괄한다. 한국과 미국·일본 등이 속한 북태평양 외에도 동남아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가 모두 전략 대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의 과거 지역 구상을 보면 아무래도 한반도에 많이 초점을 맞췄다”면서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도 주한외교단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 기조발언에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한국과 한국 주변부 문제에만 주력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 장관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독트린”이라고 지칭했다.
정부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눈을 돌린 것은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 입장에서 전 세계 인구 65%와 국내총생산(GDP) 60% 이상 집중된 인도태평양의 지역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한국의 원유 수송 64%와 천연가스 수송 46%를 차지하는 핵심 해상교통로이자,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66%가 집중된 지역이기도 하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국제 규범을 지지하고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지역 공급망의 안정성 및 회복력 제고에도 기여하기로 했다.
◇對中관계 파장 주목···"특정국 겨냥·배제 아냐"=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가 한중 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당초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처음 제의하고 이후 미국이 세계전략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미국·일본과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중국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많이 담겼지만 결국 중국이 훼손하는 원칙을 우리는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같이 가겠다는 의지도 표현됐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국제 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관계에 있어 규범과 규칙을 중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또 “우리의 협력 원칙에 부합하는 소다자 협력체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 등 미국 주도 반중 협의체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연구센터장은 “강대국이 채택하는 전략을 한국이 따라갈 경우 단기적인 이익에서 중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미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는 한편 중국과도 공동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닌 다같이 아우르는 노력을 우리가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여러 주요국과 사전 소통을 거쳤고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향후 부내 ‘중국통’으로 평가받는 최영삼 차관보를 주축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체 내용을 이행해나가기로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라며 “중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에 담긴 한중일 협력을 언급, “(윤석열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미일 안보전략에 상당히 힘을 주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중일 협력과 소통도 강조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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