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사면이라는 이름의 용서
사면의 본질은 용서다. 죄인을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죄인은 죄의 대가를 더는 치르지 않게 된다.
용서의 주체는 국민이다. 사면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이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다. 그에게 고유한 권한이란 있을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한 것 역시 국민의 위임을 받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국민이 용서할 만한 사람을 선정해 사면할 의무가 있다.
용서는 죄지은 자의 참회와 반성을 전제로 한다. 죄가 없는데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는 용서하기가 힘들다. 그런 경우에도 그를 용서해야 한다면, 그건 오로지 피해자를 위해서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원한을 씻어내고 고통의 질곡에서 자유로워지라는 뜻이다.
김 전 지사는 반성하지 않았다. 7일에는 "처음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나로서는 가석방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석방 불원서를 법무부에 냈다. 교도소를 나온 28일에는 "받지 않고 싶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했다. 지은 죄가 없으니 용서받을 게 없는데 웬 사면이냐는 뜻이다.
그는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작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김 전 지사는 떳떳하다고 했지만, 1·2·3심을 거쳐 확정된 법원 판결이 옳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그를 왜 국민이 용서해야 하는지 납득하기가 힘들다. 이런 그를 사면하는 건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게 된다. 댓글을 조작해 민주주의를 해치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없이 사면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위험도 있다. 그렇다면 그의 사면은 댓글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또 다른 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그를 사면했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그를 용서하자고 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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