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괜찮다고?…옹진군, 여객선 준공영제 무더기 탈락 ‘후폭풍’
(시사저널=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내년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지원 대상에 인천 항로가 3개만 선정되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기존 5개 항로에서 3개 항로로 지원 대상이 줄면서 섬 주민들의 불편과 선사들의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 당장 내년 1, 2월 여객선 운항 공백이 가시화됐지만, 관계 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의 2023년 연안여객선 안정화(준공영제 확대) 지원사업 대상으로 총 11개 항로가 선정됐다. 인천에서는 백령~인천, 인천~덕적, 대부~이작 등 3개 항로가 최종 선택됐다. 목포는 가거~목포, 목포~상태(서리), 목포~외달 등 3개 항로, 마산은 통영~용초, 통영~욕지, 통영~당금 등 3개 항로, 여수는 여수~거문, 여수~함구미 등 2개 항로가 각각 선정됐다.
3개 항로만 혜택…1~2월 여객선 운항공백 불가피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민간 선사가 섬과 육지를 하루 안에 왕복 가능한 항로로 운영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항 결손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일 생활권이 구축되지 않았거나, 2년 이상 적자가 지속된 항로를 주요 지원 대상으로 한다.
내년 지원 대상 선정을 앞두고 해수부에는 전국에서 총 16개 항로의 신청서가 접수됐다. 옹진군은 백령~인천, 인천~덕적, 대부~이작 외에 장봉~삼목, 삼목~장봉, 인천~백령, 인천~이작 등 총 7개 항로를 신청했다. 그러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개 항로가 해수부 항로선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더기로 탈락했다.
옹진군 주민들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준공영제 지원 대상이 올해 5개 항로에서 내년 3개 항로로 감소하면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올해도 준공영제 탈락으로 정부 지원이 끊긴 선사들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 여객선 운항을 하루 2회에서 1회로 줄이면서 1일 생활권이 무너진 바 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올해 준공영제 제외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에 15억원씩 총 30억원을 지원해 하루 2회 왕복 운항을 유지했다. 다만 시와 군이 예산 지원에 합의하고, 추경으로 예산을 확정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면서 3월에야 축소됐던 운항이 정상화됐다.
시와 군은 내년에도 준공영제 탈락 항로 선사를 지원하기 위해 자체 예산을 투입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옹진군이 선사들과 비용을 협의하고 선정위원회를 꾸려 최종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년에도 1, 2월 운항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와 군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원하겠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 준공영제 선정 이후 아직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당연히 내년에도 지원 계획은 있다"면서도 "선정 결과 발표가 났으니 옹진군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예상 운항결손금도 산정하고, 이제 선사들하고도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사들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겨울철 여객선 이용객이 줄어들어 적자에 시달리는데다, 준공영제 탈락으로 정부 지원마저 끊기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는 "여객선은 정해진 사업계획에 따라서 운항하기 때문에 손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운영은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준공영제 탈락으로) 운항 결손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으니, 정부에 예산 증액을 계속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와 군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1, 2월 운항 공백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사별, 항로별로 따로 협상을 해야 하다 보니 쉽지는 않다. 1, 2월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겨울철은 어차피 이동수요가 많지 않아 선사들 부담이 덜한 것 같다"고 했다.
옹진군 안이한 대처 도마…해수부 "추가 선정 없을 것"
옹진군의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당초 해수부는 11월 중 내년 준공영제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해 이달 9일 항로선정위를 열었다. 그마저도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또 다시 미뤄지면서 국회 예산안 통과 이후인 26일에서야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준공영제 항로를 선정하는 시기가 더 길어졌지만,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내년 준공영제 사업 예산이 올해 24억원에 비해 9억원 증가한 33억원으로 증액됐음에도, 옹진군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하는 등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복 옹진군수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문 군수는 지난 11월 조승환 해수부 장관을 만나 '옹진군 여객선 항로를 모두 준공영제 사업으로 지정되도록 배려해줄 것'을 요청한 게 전부다.
인천에서 선정된 3개 항로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해수부는 1일 생활권 필요성, 2년 연속 적자 여부, 운항 결손액을 비롯해 섬 주민 10% 이상 운송 여부, 수송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준공영제 지원 대상을 정했다.
이번에 1일 생활권 구축을 위해 선정된 백령~인천 항로는 2021년 기준 총 445회 운항에 5만2568명이 이용했다. 이용객의 53%는 섬 주민이었다. 인천~백령, 인천~이작, 장봉~삼목 등 항로는 운항 횟수나 수송실적 등이 백령~인천 항로보다 많았지만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옹진군은 총 1060회 운항에 9만2123명이 이용했으며, 이용객의 51%가 섬 주민인 인천~연평 항로의 경우 준공영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지역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는 내년 준공영제 추가 선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의 경우 해수부는 지난 8월 한시적 준공영제 항로를 추가로 선정했다. 당초 백령~인천, 인천~덕적 등 2개 항로만 준공영제 대상이던 인천에서는 인천∼백령, 인천∼이작, 삼목∼장봉 등 3개 항로가 추가돼 총 5개 항로가 지원을 받았다.
해수부는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여객 수요가 줄면서 선사들을 보전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했던 사업이라, 내년에는 이 예산이 없어진다"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중간에 준공영제를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결국 내년 준공영제 2개 항로 감소로 피해는 섬 주민들과 선사들이 고스란히 입게 됐다. 시와 군의 예산 투입이 늦어져 운항 횟수가 줄어들 경우 옹진군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와 군은 최선의 성과를 거둔 것이란 취지의 말만 되풀이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5개 항로 중 3개는 8월에 한시적으로 해줬던 것이라, 올해 연초와 비교했을 때는 1개 항로가 늘어난 것"이라며 "원래는 2개 항로만 선정됐다가 1개를 더 해준 것이며, 예산도 약 3분의 1을 인천이 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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