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고보조금 전면 감사 착수…노조 이어 시민단체 압박 본격화

유정인 기자 2022. 12. 28. 17: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두고 전면 감사에 착수한다고 28일 밝혔다. 보조금 지원단체 선정 과정과 회계처리 등 전반이 정부 심판대에 오른다. 노동조합 회계 손보기에 이어 시민단체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일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을 현 야권과 묶인 ‘이권 카르텔’로 보고 비판해 왔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며 “우선 정부 전체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해서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서 향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 규모, 불투명한 보조금 사업 관리 등을 감사 추진 근거로 들었다. 이날 대통령실은 2016~2022년까지 지난 7년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이 총 31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2016년 3조5600억원 규모에서 2022년에는 5조4500억원 수준으로 2조원 가량이 늘었다고 했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원 정도가 증가했다고 짚었다. 반면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사업은 153건, 환수금액은 34억원으로 평균 2000만원 정도 환수에 그쳤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 수석은 이 같은 수치를 밝히며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각 부처별로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전면적 자체 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원단체 선정의 적절성, 회계의 투명성, 목적에 맞는 집행 여부 등 전반이 집중 감사 대상이다. 부처별 감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는 몇 개 부처를 ‘샘플링’하는 방식으로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 사업은 ‘과감한 정비’, 보조금 관리는 ‘대폭 강화’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시민단체 회계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예견된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의기억연대 사건 등을 거론하며 시민단체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 방지 공약을 내걸었다. 우선 정부가 나서 국고보조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민단체 ‘정리’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계획을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대통령실 발표에서도 전임 정부와 야권을 겨냥한 언급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보조금 집행 문제 사례로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사업에서 총 10건의 문제있는 회계처리가 발견되어 회수한 사례’,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비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정치단체로 지원된 사례’ 등을 적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공동예산으로 학생 동아리 지원사업에 ‘촛불 중·고생’ 사례가 있는데 중·고생에 촛불을 들게 한 데 정부 지원금이 나간 것이 어떻게 됐나 하는 궁금증에서 (지원금 점검이) 시작됐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다”며 “정부 지원금의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야 (국민들이) 단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감사 추진 이면에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야권과의 ‘이권 카르텔’로 묶여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 당시 전임 정부를 ‘이권 카르텔 약탈 정부’로 규정했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함께일부 시민단체를 야당과 이권을 나누는 집단으로 묶어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 3월1일 시민단체 불법이익 환수 공약을 밝히며 “정치권력은 시민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시민단체는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 카르텔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지난 2월 유세에선 “(전 정부는) 오로지 민노총, 전교조와 몇 개 시민단체를 끼고 자기들끼리 나눠 먹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국민의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권 카르텔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향후 감사 과정에서 이념 지형에서 전임 정부와 가까운 시민단체들이 집중 감사 대상에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 감사가 마무리된 후에는 유용 실태에 따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 의뢰 등 후속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관계자는 “꼭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이 꾸준히 늘어왔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 그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면서 “민간단체 보조금의 증가 속도에 비해서 관리시스템은 적절히 마련되지 못한 것”이라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