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첫방, 손톱 뜯으며 봤는데…" 한지현, 첫 주연작 '치얼업'으로 보여준 성장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웬만한 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신인 배우가 데뷔작부터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는 쉽지 않다. 배우 한지현에게는 '천운'이 따랐던 걸까. 데뷔작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초대박 히트를 치며, 한지현은 단숨에 '펜트하우스'의 어린 악녀 '주석경'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펜트하우스'가 시즌3까지 방영되면서 한지현은 주석경으로 2년 넘게 살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직 신인이라 따로 보여준 게 없는 한지현이란 배우의 하얀 도화지 위에는, 오로지 주석경이란 캐릭터만이 가득 들어찼다. 주석경으로 인지도는 얻었지만, '한지현=주석경'이란 이미지가 시청자의 머리 속에 강렬하게 박혔다.
그래서 한지현은 배우로서 다음 행보가 중요했다. 새 작품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을지, 주석경이 아닌 다른 캐릭터는 어떻게 구현해 낼지, 한지현은 자신의 배우로서 외연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지를 직접 입증해야만 했다.
'펜트하우스' 이후, 한지현의 선택은 청춘 캠퍼스물이었다. 그는 대학교 응원단을 배경으로 한 SBS 드라마 '치얼업'에서 주인공 도해이 역을 맡았다. 도해이는 주석경과는 180도 다른 인물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알바를 전전하며 '갓생'을 사는 생활력 강한 스무살, 그럼에도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으로 어디서나 빛이 나는 대학 신입생. 한지현은 그런 도해이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소화하며,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전작과는 너무 다른 캐릭터였고, 심지어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이었다. 많은 숙제를 안고 있었지만, 한지현은 그 숙제들을 모두 말끔히 해결했다. 그래서 그의 다음이 더 기대된다. '펜트하우스'를 깨고 '치얼업'을 넘어, 다음 스테이지에선 또 어떤 성장을 보여줄 지.
▲ 나와 닮은 도해이, 위로와 성장이 된 '치얼업'
'치얼업'을 끝낸 한지현은 스스로 "위로와 성장이 된 작품"이라 평했다. 극 중 도해이가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성장한 것처럼, 자신도 '치얼업'과 함께 하며 느낀 바가 많았다.
"너무 힘들고 고된 촬영이었지만, 배우 동료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과 함께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저한텐 위로가 되고 성장이 된 작품이에요. 해이한테 해주는 좋은 말들이, 마치 저한테 하는 거 같았어요. 정우(배인혁 분)한테 사랑을 받고, 영웅선배(양동근 분) 같은 참된 어른에게 위로를 받고, 엄마(장영남 분)를 비롯해 가족애를 크게 느끼고, 친구들이 해이를 생각하며 써 준 편지들... 해이가 힘들게 살지만 주변의 사랑을 많이 받는구나를 느꼈는데, 그게 저한테도 위로가 되고 와 닿았어요."
'치얼업'은 한지현의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작이다. '펜트하우스'로 데뷔한 그가 단숨에 주연으로 도약했다. 촬영할 땐 주연으로서 부담감을 딱히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 결과물이 시청자에 공개될 땐 엄청난 긴장감을 느꼈다고 한다.
"찍으면서는 부담감이 없었어요. 현장이 너무 재밌고 배우들이 다 좋아서, 그냥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그러다 1, 2화를 TV로 볼 때는, 긴장감에 제 손톱이 없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손톱을 뜯으면서 봤거든요.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무서웠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응원해 주셔서 힘을 얻었죠. 그 분들께는 드라마가 다 끝난 다음에 감사하다고 따로 연락드렸어요. 감독님한테는 입봉작이었고, 작가님한테는 두번째 작품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한테 주연을 믿고 맡겨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어요."
한지현이 언급한대로, '치얼업'은 많은 면들에서 '초짜'들이 모였다. 극을 이끈 한지현, 배인혁은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이었고, 연출을 맡은 한태섭 감독은 이 작품이 입봉작이었고, 차해원 작가는 전작 'VIP'에 이어 두번째 집필이었다. 제작진이 초보면 배우를 베테랑으로 선택할 만도 한데, 주인공 도해이 역은 신인 한지현에게 돌아갔다. 한지현은 자신이 도해이를 맡을 수 있었던 건, 비슷한 면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해이와 저랑 닮은 거 같아요. 열심히 사는 거랑, 아무리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면이 많이 닮았어요. 해이 같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연기하는 건, 저한테도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해이가 가족을 너무 사랑하는 것도, 저랑 닮았고요. 그런 점에서 해이한테 몰입할 수 있었고, 더 풍부한 감정 연기가 나왔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언제 해이처럼 삼각 로맨스를 겪어 보겠어요.(웃음) 그런 로맨스 연기도 너무 재밌었어요."
극 중 도해이는 보통의 스무살 대학 신입생들보다 더 높은 텐션을 지닌 캐릭터였다. 그래서 더 잘 웃었고, 흥이 많았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해피 바이러스'를 뿜었다. 실제 한지현도 비슷했다. 왜 도해이와 한지현이 닮았다고 하는지, 새삼 이해가 됐다.
"해이가 성격이 활기차고 텐션이 많이 높았죠. 자신의 흥을 주체하지 못 하고, 그걸 분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제가 대학교 때 해이처럼 그랬어요.(웃음) 다만 전 해이처럼 속의 말을 밖으로 꺼내진 못해요. 해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도, 선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도 직설적으로 말해 버리잖아요. 돈이 필요하단 말도 노골적으로 하고. 그런 건 해이와 다른 면들이에요."
▲ 진짜 대학 캠퍼스처럼 즐거웠던 촬영장
한지현은 도해이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데, 한지현은 도해이에게서 동질감을 유독 더 느끼는 듯 했다.
"해이는 전 남친이나 가족한테는 주기만 했고, 항상 일하기에 바빠 정작 주변 사람들에게는 관계를 줄 에너지가 없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절친인 선자(이은샘 분)도 잘 챙기지 못했죠. 그러다 점차 조건 없이 그냥 받아도 된다는 것의 의미도 알고,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고 다 같이 사는 세상이란 걸 알고, 그렇게 인간적으로 어른이 되어가죠. 19살이랑 20살은 학교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바뀌었을 뿐, 고작 1년 차이잖아요. 해이가 그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했어요. 제가 해이를 너무 좋아하고 연구를 많이 해서 그런지, 나중엔 '해이가 나인가, 내가 해이인가' 싶을 정도로 해이랑 동일시 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해이의 서사가 탄탄해 연기하기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치얼업'은 연희대학교 응원단 '테이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요 캐릭터들이 응원단원인 만큼, 배우들은 실제 응원 연습을 오랫동안 진행했다. 한지현은 주인공이라 단독샷이 많은 만큼 더 노력이 필요했다.
"전 몸치도, 그렇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름 잘 따라갔어요.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너무 힘들었지만, 다른 더 힘든 친구들을 보며 '내가 낫구나' 하면서 버텼어요. 응원단장인 정우는 더위에도 옷을 3~4겹씩 입어야 했고, 선호(김현진 분)는 무대 센터에 위치해서 춤을 여러 번 춰야 했거든요. 다 같이 힘드니, 뭐라 불평할 수가 없었죠. 후반부에 해이 신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더 힘들긴 했어요. 근데 응원단을 하면서, 체력이 엄청 좋아졌어요. 알통도 생기고, 허벅지도 단단해졌어요. 응원을 하며 저절로 체력이 좋아졌어요.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웃음) 주연을 처음 해봤는데, 새삼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다, 이걸 어떻게 해낼까, 싶더라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래 배우가 많았던 '치얼업' 촬영장은 항상 시끌벅적 화기애애한 게 진짜 대학 캠퍼스 같은 분위기였다.
"현장이 정말 대학교 같았어요. 애들이랑 말이 끊길 새가 없어, 시끄러운 면도 없지 않았죠.(웃음) 거의 모든 장면에 다 같이 나오니까, 연기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눠 서로에게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애드리브를 많이 허용해 주셔서, 애드리브가 난무한 재밌는 촬영장이었어요. 또 대사가 없다고 해서 그냥 뒤에 풍경으로만 서있는 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더 활동적인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한지현은 '치얼업'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한 명 한 명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진짜 대학 동기와의 추억을 이야기하 듯 애틋한 감상에 젖었다.
"(배)인혁이는 저보다 나이는 어린데 정말 어른스럽고 성숙해요. 조곤조곤 말하는데, 다 정리하고 말하는 듯 말도 잘 해요. 다른 작품도 동시에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현장에 와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김)현진이는 동갑내기인데, 장난기가 많아요. 서로 투닥거리면서 재밌에 촬영했어요. (이)은샘이는 저와 더불어 텐션이 높은 캐릭터였는데, 은샘이 덕에 제 텐션도 같이 올라갈 수 있었어요. 진짜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오랜 친구같은 느낌이라 너무 좋았어요. 장규리(태초희 역)는 성격이 엄청 나긋나긋하고 열심히 해요. 춤을 완벽하게 춰서, 규리가 추는 쪽에만 조명이 따로 있는 거 같았어요. 뭘 해도 훨씬 편안해 보이고 예뻤죠. 김신비 오빠(임용일 역)는 항상 웃어주고 응원해줬어요.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나눴는데, 의지가 되는 좋은 오빠였어요. 그리고 너무 귀여워서 '용맹한 말티즈' 같다고 불렀어요.(웃음) 한수아(최소윤 역)는 소심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실제론 활기차고 장난이 엄청 많은 친구예요. 덕분에 현장이 정말 재밌었어요."
▲ 모든 걸 이룬 2022년, 다 같이 '치얼업' 하길
'치얼업'은 끝났지만, 한지현은 도해이를 떠나보낼 수 없다고 했다. 주석경이 그랬던 것처럼, 도해이도 자기 안에 품어 그 영역만큼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한 작품이 끝났다고, 거기서 연기했던 캐릭터를 꼭 지워야만 할 필요는 없다.
"저한테 해이는 떠나 보내고 그럴 수 없는 존재예요. 연기했던 게 저한테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게 느껴져요. 석경이도 그랬어요. 제가 연기를 한 만큼, 그 쪽에 대한 영역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보내고 싶지도 않고, 잊지도 못할 인물이에요."
'치얼업'은 제목 그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응원하며 막을 내렸다. 한지현은 '치얼업'이 전한 메시지처럼, 이 드라마를 본 누구나 힘을 얻었으면 했다.
"'치얼업'은 묘한 매력이 있는 드라마였어요. 한 대학교의 응원단 이야기인데, 이걸 보며 저도 모르게 힘을 얻고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보고 나면 기분이 좋은 드라마였어요. 드라마를 본 시청자 분들께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 '해이가 웃을 때 나도 웃고, 해이가 슬플 때 나도 같이 울었다'는 연락이 많았어요. 제가 위로를 받은 것처럼, 시청자 분들도 이 드라마를 보고 다들 힘을 얻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요."
한지현에게 많은 위로와 성장을 안겨 준 '치얼업'. 그는 '펜트하우스'의 주석경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라 끌렸고, 도해이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미지를 변신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펜트하우스'가 끝날 즈음에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해이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저와 비슷한 인물을 한번 해보고 싶었고, 드라마 현장에서 통통 튀고 밝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단 생각이 컸죠. 석경이는 부정적인 감정이 많은 친구였어요. 2년 반동안 악랄하고 나쁜 모습, '순수악' 같은 연기를 했다면, 해이는 순수한 20대의 밝은 에너지에 대한 연기를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죠. 또 춤이나 또래 친구들과 연기할 때의 제 모습에 대한 피드백, 서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현장을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거 같아요."
'치얼업'을 잘 마무리한 한지현은 올해 소원을 다 이뤘다. '치얼업'을 잘 해내는 게, 그의 2022년 소원이었으니까.
"올해 못 이룬 건 딱히 없어요. 이 '치얼업'을 잘 끝내는게, 제 올해 소원이었거든요. 이걸 너무 하고 싶었고 잘 해내고 싶다고 욕심을 냈어요. 그래서 올해 만족스러워요. 후회 없는 한 해였어요."
한지현의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펜트하우스'부터 '치얼업'까지 3년이나 쉼없이 달렸기에,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몸과 마음을 추스를 생각이다. 올해 소원을 완벽하게 완성한 한지현은, 즐거운 마음으로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가족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려 해요. '펜트하우스'를 끝내고 바로 '치얼업'을 시작해서 가족들이랑 시간을 많이 못 보냈어요. 친구들도 만날 계획인데, 3년만에 만날 수 있게 됐어요. 송년회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래야죠.(웃음)"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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