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 말…윤석열·한동훈 ‘검찰 어록’ 다시 보니

손현수 2022. 12. 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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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중범죄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 등을 무더기 사면·복권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법치 훼손"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두 사람은 검사 시절 "국정농단을 관행과 제도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엄벌을 요구했는데, 정작 27일 이들을 사면·복권할 때는 "잘못된 관행과 경직된 공직문화 탓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수사 대상자들 주장을 복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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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신년 특별사면·복권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다누리호 달 궤도 진입 성공 발언에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중범죄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 등을 무더기 사면·복권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법치 훼손”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두 사람은 검사 시절 “국정농단을 관행과 제도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엄벌을 요구했는데, 정작 27일 이들을 사면·복권할 때는 “잘못된 관행과 경직된 공직문화 탓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수사 대상자들 주장을 복창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 대상자와 처벌 수위 결정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국론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국정농단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그 위에 새로운 소통과 화합된 미래를 이룰 수 있다”는 2017년 3월 최종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 윤 대통령은 수사팀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이번 사면·복권이 “범국민적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당장 본인들이 했던 국정농단 수사는 통합이 아닌 분열을 위한 것이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영수 특별검사(가운데)가 지난 2017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 있는 기자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이 가장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과 3차장검사를 맡았던 2018년,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특활비 상납은 제도 탓’이라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국정원이 청와대와 유착하고 권력자의 사적 기관으로 전락해 국정농단을 초래했다. 개인적 비리가 아닌 제도 탓이라는 주장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당혹스러운 발언이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을 동원해 공직자를 불법사찰한 혐의로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국정원에서 세평 자료를 받아보는 것은 당연한 관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법률전문가인 민정수석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파괴했다”며 유죄 선고를 받아냈다. 그러나 한 장관은 27일 윤 대통령이 결정한 전직 국정원장과 민정수석의 사면·복권을 발표하며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상 불법행위에 이른 공직자들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8일 성명을 내어 “이번에 사면·복권된 이들은 ‘잘못된 관행을 따른 것’이라는 말로 가릴 수 없는 고의적 불법을 자행했고,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 범위를 일탈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데 일조했다. 실상은 국민통합 아니라 국정농단 보수세력의 족쇄를 풀려는 진영논리에 불과한 사면권의 사적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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