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후 모두 휴대전화·신용카드 사용...추가 범행?
[앵커]
택시기사를 살해해 옷장에 숨긴데 이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하천에 유기한 것까지 드러난 30대 남성 이 모 씨의 엽기적 행각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공통점은 범행 후 피해자들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썼다는 겁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동준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었는데 이때 모습을 처음 드러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오전 32살 남성 이 모 씨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검은색 패딩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이 씨는 경찰 손에 이끌려 법원으로 들어갔는데요.
택시기사와 전 여자친구를 왜 살해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 모 씨 / 32살 남성 : (택시기사 살해는 계획하신 건가요?) …. (추가 범행은 없나요?) …. (전 여자친구는 왜 살해하신 거에요?) ….]
경찰은 그제(26일)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요.
이 씨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택시를 인근 공터에 버리고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했던 정황도 있어 경찰은 신병 확보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조금 전인 오후 4시쯤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앵커]
이 씨는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전 여자친구까지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했는데요.
가장 궁금한 건 왜 이런 엽기적인 짓을 벌였느냐일 텐데,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정황이 있나요?
[기자]
아직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범행 동기는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씨의 범행과 이후 행적을 통해 동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이 씨가 범행 뒤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씨는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대출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이 금액을 5천만 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이 씨는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여자친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 씨는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에도 전 여자친구 카드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직접 등기부 등본을 떼봤다고요?
[기자]
이 씨가 살고 있던 경기 파주시에 있는 아파트는 이 씨의 전 여자친구인 50대 여성 A 씨 소유인데요.
제가 직접 등기부 등본을 떼서 확인해 봤습니다.
A 씨 아파트에는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카드 회사 3곳으로부터 가압류가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전 여자친구를 지난 8월 살해했다고 자백했는데, 진술대로라면 이미 A 씨를 살해하고 난 이후입니다.
가압류 금액은 1억 원 가까이 되는데요.
이 씨는 이 중에서 2천만 원 정도만 본인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두 사건 모두 살인 이후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이 정황이 범행 동기와도 관련이 있을까요?
[기자]
이 씨는 두 살인 사건으로 금전적 이득을 봤습니다.
피해자들의 돈을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도 계획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택시기사를 살해한 것에 대해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전 여자친구와는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쓸 경우 발각될 가능성이 큰데도 이를 썼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점입니다.
[앵커]
이 씨는 택시기사와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사용했죠.
이것도 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기자]
애초 이 씨가 전 여자친구 A 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도 경찰이 이 씨 차량에서 A 씨 휴대전화와 신분증 등을 발견해 추궁했던 영향이 있었습니다.
택시기사의 실종신고가 늦어진 것도 이 씨가 택시기사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가족들의 연락에 '바빠', '배터리 없어' 등 메시지를 보내면서 택시기사 행세를 한 겁니다.
이 씨는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부분도 계획범죄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 볼 여지는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혹은 계획적이었는지에 따라 이 씨가 받을 형량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을 가려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씨가 살해한 전 여자친구 시신을 찾는 수색작업도 계속되고 있죠.
어제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고요?
[기자]
이 씨는 지난 8월 전 여자친구 A 씨를 살해한 뒤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있는 하천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는데요.
이 씨가 지목한 장소인 경기 파주시에 있는 공릉천에서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수색 과정에서 한 차례 여행용 가방을 발견하긴 했지만,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거로 밝혀졌습니다.
이 씨는 차량용 루프백, 그러니까 차량 지붕 위에 짐을 싣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에 시신을 담아 유기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요.
이 씨가 직접 현장에 동행해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직접 지목하기도 했지만, 시체를 유기한 시점이 이미 넉 달 가까이 지났고 추운 날씨로 하천이 얼면서 수색은 쉽지 않을 거로 보입니다.
경찰은 시신이 이미 하천을 타고 흘러내러 갔을 가능성을 고려해 이 씨가 지목한 장소에서 7km 떨어진 교하댐에도 잠수부를 보내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하루빨리 시신을 찾아야 할 텐데요.
경찰이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 건가요?
[기자]
이 씨가 자신이 전 여자친구 A 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하긴 했지만, 진술만으로 혐의 입증은 어렵습니다.
전 여자친구와는 지난 4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고 범행은 A 씨 집에서, 시신도 집에서 담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범행이 지난 8월 벌어진 탓에 넉 달이 지난 지금은 이 씨가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 등 관련 CCTV를 확보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경찰이 이미 이 씨 차량에서 A 씨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확보했고요.
차량 뒷좌석에서 A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세한 혈흔도 발견해 국과수에 DNA 감식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물론 직접증거인 시신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일단 현장 수색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정리해주시죠.
[기자]
경찰은 택시기사와 전 여자친구 살인 사건에 대한 전모를 조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 씨 범행이 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등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씨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확인하면서 전 여자친구처럼 알려지지 않은 범행이 또 있는지 수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이 씨 범행이 신상공개위원회 개최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요.
이르면 내일 중 이 씨의 신상을 공개할지, 공개한다면 범위는 어디까지로 할지 논의할 계획입니다.
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앵커]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1부 안동준 기자였습니다.
YTN 안동준 (eastju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