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인데도 이자 감당 못해... 솔직히, 집 팔고 싶다"

임광복 2022. 12. 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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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있어도, 집이 없어도 괴로운 겨울
딱 10년만에 돌아온 하우스푸어 악몽, 이번엔 MZ세대 고통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에 걸려있는 담보대출 금리 현수막. 뉴스1
#1. "평생 내집이 없을까봐 빚내 집샀는데, 금리가 올라 한달에 이자만 100만원 넘게 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집을 팔고 싶다." (한 30대 남성)

#2. "남편과 맞벌이라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출규모가 너무 커 생활비도 빠듯하네요. 삼송지구에 산 집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매수가보다 더 떨어지고 있어 조마조마하네요." (한 40대 여성 직장인)

2012년께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영끌푸어'가 대거 등장하면서 고통이 더 커졌다. 하우스푸어가 베이비부머세대의 아픔이었다면 영끌푸어는 MZ세대의 고통이다. 양쪽 모두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산 것이 문제지만 지금은 집값이 더 비싸 영끌푸어의 이자상환 규모는 더욱 커졌다. 더욱이 고물가가 잡히지 않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가겠다"며 고금리 기조에 방점을 찍어 영끌푸어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소비력 감소에 시장침체 악순환

2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 하우스푸어에 이어 최근 '영끌푸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무리한 대출로 집을 구매한 후 집값하락과 고금리에 시달리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영끌푸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폭등하자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을 받아 주택을 매입했지만, 주택가격 급락과 대출이자 급등에 시달리는 2030세대를 주로 이른다.

'영끌푸어'가 양산되면 소비가 줄고 경제침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가계 돈줄이 말라 의식주 뿐 아니라 문화생활, 여가 등 전반적인 소비가 줄게 된다. 기업도 생산이 줄고 실적, 고용이 악화되면서 실업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영끌푸어가 실직하면 원리금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집은 은행가압류, 경매 등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다. 국가세수가 줄고,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까지 침체의 늪이 길어질 수 있다.

■대출금리 언제까지 오를지…

최근에는 한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으로 대출이자가 급등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고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영끌푸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 시기상조"라며 "11월 데이터만 보면 (기준금리) 3.5%가 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며 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시장에는 '고금리에 장사 없다'는 말이 통용되는데 그만큼 금리는 자산시장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영끌푸어들은 최근 변동금리 대출이자가 2배 이상 급등하면서 월급의 30~50%까지 원리금을 갚는데 쓰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내집에 살고 있지만, 사실상 은행에 월세 내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며 "갚아야 할 원리금이 급증하면서 매달 생활비 등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앞날이 캄캄하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를 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조만간 8%대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두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값이 폭등하자 무리하게 대출받아 내집을 마련한 이른바 '영끌족'들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 주택시장 전망도 불투명

내년 주택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난달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3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보면 집값 바닥은 2023년 3월~2024년 2월 사이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에도 기준금리 추가인상론을 지속하고, 이를 일부분 추종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여전히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자산시장 바닥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또 연말 연초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건설사들 부실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자산시장의 대폭락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시점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대폭락기와 닮은꼴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2013년까지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량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우스푸어란 용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기에 나타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하우스푸어는 2012년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6%대로 치솟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일환 하우스푸어 대책을 발표하고 피해자 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하우스푸어의 사회문제가 커지고, 깡통전세 등 부작용이 이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0년 전보다 집값은 너무 많이 올랐고, 그만큼 대출금 규모도 커졌다"며 "특히 무섭게 치솟은 금리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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