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갇힌 20대 “아무도 안온다” 문자 후 사망, 美가족 오열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sgmaeng@mkinternet.com) 2022. 12. 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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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버펄로 시내에서 여전히 눈더미에 파묻힌 차량.[사진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기록적 폭설과 한파로 수십 명이 사망한 가운데,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를 덮친 폭설로 차에 갇혀 있던 20대 여성이 가족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끝으로 다음날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NBC 방송과 일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인 앤덜 테일러(22)는 지난 23일 오후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중 폭설로 고립됐다.

그는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으나 극심한 악천후로 구조대가 현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테일러는 가족 채팅방에서 “무섭다”며 차 창문을 내리고 거세지는 눈보라 영상을 찍어 보냈다.

그는 24일 0시께 가족들에게 “잠을 자면서 조금 기다려보다가 정 아무도 오지 않으면 걸어서라도 탈출을 시도해보겠다”고 문자를 보냈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고인의 어머니(54)는 채팅 문자를 보내던 막내딸이 24일 아침에는 연락이 닿지 않자 버펄로 지역에 사는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테일러를 찾아낸 것은 구조팀이 아니라 지인들이었다.

앤덜 테일러 사망 소식 전하는 게시물.[사진출처 = 트위터]
테일러는 고립된지 약 24시간만에 1.3m의 눈에 뒤덮인 도로 위에 세워진 차 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테일러의 사인이 저체온증인지 일산화탄소 중독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눈에 차가 뒤덮여서 온도가 내려가는 바람에 숨졌다면 전자가, 온도를 유지하려고 차 시동을 걸고 히터를 켰다가 배기구가 눈에 막혀서 숨졌다면 후자가 사인일 가능성이 크다.

뉴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2세 때 모친과 언니 3명 등 가족과 함께 샬럿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자랐다. 하지만 투석 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약 2년 전 뉴욕주 버펄로로 이사 왔다.

가족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샬럿에 모였지만, 테일러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리가 됐다고. 가족이 테일러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포장된 그대로 놓여 있다는 소식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경찰은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늦게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차 안에 시신이 24시간 동안 추가로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언니(35)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우는 날이었다”며 “우리는 온종일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바이런 브라운 버펄로 시장은 “눈보라로 온통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어서 긴급구조요청 대응이 더욱 어려웠고 더욱 복잡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겨울폭풍으로 미국 전체에서 현재까지 총 64명이 숨졌다고 NBC는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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