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노예가 된 인간들에 일침

왓챠 시리즈 '사막의 왕' 공개
군 문제 다뤘던 '디피' 원작자
김보통, 각본쓰고 1화 연출
자본주의 부조리 드러내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사막의 왕' 1화 '모래 위의 춤' 중 한 장면. 【사진 제공=왓챠】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죠."

긴장감 도는 한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장. '맨홀 뚜껑이 왜 둥글다고 생각하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응시자들은 저마다 그럴싸한 말을 붙이는데, 주인공 이서(정이서)는 벙찐 얼굴로 이렇게 답한다. 돈 벌려면 이유 따위 찾지 않는 게 낫다는 듯, 의미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사회 부조리를 첨예하게 드러내온 작가 김보통이 이번엔 왓챠 오리지널 '사막의 왕'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 군상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는 앞서 군대 내 문제를 생생하게 묘사한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의 원작 웹툰·공동 각본 작가로서 확신의 이야기꾼으로 거듭난바 이번엔 전체 각본 원안을 쓰고 1화 '모래 위의 춤' 연출로 메가폰까지 잡았다.

1화엔 이서를 중심으로 그저 흰 종이 위에 동그라미·세모 따위 그리기를 반복하고 월급을 받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때론 의뭉스럽고, 때론 우스꽝스러운 비유로 기계 부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을 자조하는 듯하다. 김 작가는 지난 26일 영상 인터뷰를 통해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후 6화까지 총 6편의 에피소드는 독자적인 옴니버스 구성이면서도 느슨하게 연결된다. 이서 옆의 무표정하던 선배 회사원 동훈(양동근)이 죽음을 앞두고 어린 딸(서은)과 마지막 12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부터 다단계로 떠안은 빚을 갚으려다 의도치 않게 서은을 납치하는 해일(이홍내), 정의 구현에 상금 5억원을 내건 유튜버 현숙(김재화), 상금을 노리고 경찰 행세를 하는 천웅(장동윤) 등이 나온다. 2~6화는 이탁·이태동 감독이 나눠서 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캐릭터가 있다면 배우 진구가 연기한 '사장'이다. 생계와 명분, 돈과 의미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이에게 그저 재밌다는 듯 돈 또는 칼을 들이밀고 "돈이 곧 정의"라고 말하는 사람. 모든 사건의 뒤편에서 군림하고 있는 사람. 바로 '돈'을 의인화한 캐릭터다.

"돈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발명한 개념일 뿐인데 많이들 휩쓸리죠. 더 이상 신분제·노예제는 없지만 실은 요즘 사람들은 자본가의 노예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이게 맞냐'고 말하고 싶었어요."

6편의 이야기는 뚜렷한 끝을 맺지 않은 채 끝난다. 결론 나지 않은 이야기는 때론 '미완'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일 수도 있는 법.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