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94살’ 위안부피해 생존자, 그 절박함 외면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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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한 10명의 나이다.
지난 26일 이옥선(94)씨가 별세하는 등 올해에만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체감온도 영하 5도의 날씨에도 시위에 참석한 시민 100여명 이옥선·김양주씨 등 올해 별세한 3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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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15 합의’ 놓고 “이미 해결” 버티기
윤 정부 ‘한·일 관계 개선’ 명목 “피해자 배제”
“정부 나서서 ‘마름’ 역할…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니다”
90, 92, 92, 94, 94, 94, 94, 94, 95, 98.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한 10명의 나이다. 지난 26일 이옥선(94)씨가 별세하는 등 올해에만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피해자 10명은 평균 93.6살의 고령이다. 이들 생전에 일본 정부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과의 관계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 들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일본 정부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근처 평화로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주최한 1576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가 열린 이날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지 7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체감온도 영하 5도의 날씨에도 시위에 참석한 시민 100여명 이옥선·김양주씨 등 올해 별세한 3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했다.
1991년 고 김학순씨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이래 30여년 간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투쟁한 생존 피해자 숫자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해마다 줄고 있다. 2007년 말 기준 108명(여성가족부 자료)이었던 생존자는 이옥선씨 별세로 현재 10명만 남았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지만 일본 정부는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이미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원회는 지난 달 “피해자 인권 침해에 대해 대처할 의무를 계속 거부하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 및 배상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정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한국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9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면담한 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두고 “국제적 신뢰 관계를 해쳤다”고 말했다. 28일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한일관계 개선 명분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준수’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됐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 일본기업이 아닌 한국기업 돈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1990년대 초부터 일본제철·미쓰비시와 같은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강제동원 피해자 15명은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으나, 일본 정부 방침을 따르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죄나 배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 역시 고령이다. 15명의 원고 중 이춘식(98)·김성주(93)·양금덕(93)씨 등 3명만 남았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한겨레>에 “양금덕 할머니는 평소 ‘내가 죽기 전에 잘못했다는 사죄 한마디 듣고자 지금까지 왔는데 사죄는 듣고 죽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신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나서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먹칠을 하고 일본과 전범 기업이 요구하는 것을 마름처럼 수행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지연된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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