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 송금’ 의혹 KH그룹 배상윤은 누구?

이현준 기자 2022. 12. 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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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 쌍방울 김성태와 ‘호형호제’…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에도 휘말려
배상윤 KH그룹 회장. [KH그룹]
검찰이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및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KH그룹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27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와 수원지검 형사6부는 합동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KH그룹 본사 및 관계사, 강원도개발공사, 최문순 전 강원지사 자택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원지검은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북 경협 사업권을 얻기 위해 북한 측에 돈을 보냈으리라고 의심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2019년 전후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기준 72억 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측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5월 김성태(54) 쌍방울그룹 전 회장은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함께 중국에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를 만나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 특구 광물자원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배상윤(56) KH그룹 회장이 이때 김 전 회장과 동석해 함께 합의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춘천지검으로부터 KH그룹의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해왔다. 지난해 6월 KH그룹 산하 특수목적법인인 KH강원개발주식회사가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알펜시아 리조트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입찰 담합을 저질렀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기업 두 곳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밝혀졌다. 헐값 매매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가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491만㎡ 부지에 1조6000억 원을 들여 지은 것인데, KH그룹은 이를 반값도 되지 않는 7115억 원에 구입했다. 콘도 분양권 등 부채를 빼면 실매각가는 약 45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출국해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배 회장은 이로 인해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배 회장은 전남 영광군 출신으로 김성태 전 회장과는 예로부터 각별히 지내며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둘의 인연은 2007년 김 전 회장이 배 회장에게 약 1억 원을 빌려준 것을 시작으로 긴밀히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직을 동원해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배 회장도 이에 동참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배 회장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80개의 차명계좌로 수천여 차례에 걸쳐 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으로 주가 시세를 조작했다. 그러곤 약 350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올해 4월엔 KH그룹과 쌍방울그룹이 함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을 알게 됐다는 사업가 A씨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은 과거 업계에서 이른바 '작전' 전문가로 통했다. 호재를 터뜨려 주가로 이득을 보고, 이를 인수합병에 동원해 같은 방식으로써 이문을 남기는 식이다. 둘은 '경제 공동체'다"라고 밝혔다.

배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도 얽혀있다. 2018년 11월 쌍방울은 100억 원 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를 전량 매입한 곳이 김성태 전 회장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쌍방울그룹의 '비자금 저수지'로 꼽힌다. 당시 KH그룹 계열사 장원테크와 KH E&T에서 각각 30억 원과 20억 원을 착한이인베스트에 동시 대여했다. 검찰은 이 CB가 전환되며 생긴 차액과 주식 등 20억 원가량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했던 B 변호사 등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21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배 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을 변호인으로 영입했다. 박 전 지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자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맡아 보좌했다. 이를 두고 배 회장의 귀국이 임박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 C씨는 "대개 해외로 도피한 특수 범죄 피의자는 '출구전략'이 마련되기 전까진 잠적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대통령 측근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다고 느껴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한편으론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배 회장이 곧 귀국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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