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하는 ‘포용적 예술’을 지향”…장애인 시인들, 시집 펴내
“하얗게 눈이 쏟아지는 날에는
겨울에 떠난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어주세요
수복이 쌓인 눈밭에서
장난치며 뒹굴던
행복했던 추억 속으로
데려가 달라는
간절한 사연을
곱게 담아 보내주세요
하늘나라 높은 곳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입자들이 모여
이토록 가슴 시린 날
그리운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띄워주세요.”
정상석 시인의 ‘겨울편지’의 전문이다. 이 시는 28일 오후 대전 중구문화원에서 개최된 출판기념회에서 공개된 공동시집 <아랫마을 청년의 죽음>에 수록돼 있다. 이 시집에는 정상석, 이시운, 이경숙, 고(故) 이민행 등 장애인 시인 4명의 시가 담겨 있다.
<문학마당>의 박재홍 주간(시인)은 정 시인의 ‘겨울편지’에 대해 “그의 시적 공간 안에서는 그가 얼마나 투명하고 따듯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지, 그를 직접 만나보지 않아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박 주간은 장애인 시인 4명의 주옥같은 시가 담긴 시집 <아랫마을 청년의 죽음>을 읽은 뒤 “모든 게 소멸해 가는 일상에서 문학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 주간 역시 장애인이다.
비영리민간단체이면서 전문예술단체인 ‘장애인인식개선오늘’을 이끄는 박 주간은 장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출판기념회도 그런 지원 사업의 하나다. 박 주간은 “장애·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포용적 예술’을 지향하고자 한다”면서 “공동시집에 수록된 네 시인의 시는 ‘포용적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출판기념회에서는 공동시집 <아랫마을 청년의 죽음> 이외에 한상수 시인의 <관용어사전>, 백국호 시인의 <지리산 성삼재에서 만난 섬>, 신현갑 시인의 <골령골에 사는 하수오> 등 3권의 시집도 선을 보였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왔다 가는 것이라고 쉽게 지나쳤지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종일 절뚝거리며 뒤를 따라오는 내 그림자 그를 끌어안고 그냥 한 번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이유도 없이 그냥”
백국호 시인의 시집 <지리산 성삼재에서 만난 섬>에 수록된 ‘그냥’이라는 시다. 박 주간은 이 시에 대해 “우리는 생애의 보편적 가치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웃을 향한 이해의 손을 내밀게 되는데 백 시인은 그 가장 보편적인 서정성의 온기가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다”고 해석했다. 올해 75세인 백 시인은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상을 입은 장애인이다.
박 주간은 “시 쓰기 등 장애인문화운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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