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반도체 ‘꿈의 장비’ EUV 개발 도전장… “10년 공들여도 불가능”
“EUV 없어 고성능 반도체 생산 못 해”
EUV 노광기 수입길 막히자 자체 개발
10년 공들여도 성공 가능성 작다 우세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반도체 생태계를 꾸리고 있는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기술 특허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장비를 단 한 대도 확보하지 못하자 자체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실제 생산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류가 만든 기계 중 가장 정교한 장비’로 불리는 EUV 제조를 위해서는 전 세계 첨단 부품 공급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中, 화웨이부터 연구 기관까지 EUV 기술 개발 매진
28일 화웨이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달 15일 중국 특허청에 EUV 리소그래피 기술 관련 특허(출원번호 202110524685X)를 신청했다. EUV 리소그래피는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공정에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光源)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화웨이는 지난달 말 웹사이트에 “화웨이가 게임에 진입했다-중국 EUV 리소그래피 장비 혁신”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화웨이는 “반도체 칩 개발을 개선하기 위해 각 기술 특허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며 “특허를 신청한 리소그래피 시스템은 특수 및 반사 거울과 조명 시스템, 각종 렌즈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고 했다. 이번 특허는 리소그래피 시스템과 반사경 등에 관한 것으로, 이를 통해 EUV 장비에 쓰이는 광원의 빛이 균일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화웨이는 주장했다. 특허는 아직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연구 기관들도 합심해 EUV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코노믹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연구소와 중국과학기술원도 자체적으로 EUV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기술을 우회해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EUV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 EUV 노광기, 中 꿈꾸는 ‘반도체 굴기’에 필수
중국이 EUV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건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EUV 노광장비가 필요해서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을 위해 EUV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EUV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를 적기에 받지 못할 경우 미세공정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업체 사이에서는 이를 먼저 공급받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 그런데 중국은 2019년부터 미 제재로 ASML의 신형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믹데일리뉴스는 “7㎚ 이하 공정이 적용된 칩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화웨이가 개발한 고성능 칩도 EUV로 제조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은 통신장비 세계 1위이자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를 앞세워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각종 반도체 자회사를 보유 중이다. 자사 스마트폰용 칩 설계 업체인 하이실리콘을 시작으로 지난해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에 반도체 후공정 전문 업체인 ‘화웨이정밀제조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PXW’ 공장과 이외 반도체 제조공장(팹)도 짓고 있다.
◇ 미 제재로 글로벌 공급망 다 막혀… “성공 어려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EUV 장비 개발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개발에만 10년 이상이 걸린 ASML의 EUV 장비에는 10만개 이상의 부품이 사용되고, ASML 자체 기술 외에도 미국의 광원 기술·독일 광학 기술·일본 부품 등 각국의 첨단 기술이 총집합돼 있다. 실제 장비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양질의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이 필수적인데, 현재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이 이 공급망을 뚫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 정부는 ASML의 EUV에 미국 기술이 포함됐다고 보고 네덜란드의 수출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미국발(發) 제재가 전 세계 주요 핵심 기술 보유국까지 영향력을 넓히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 계획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선언하고 반도체 산업에 1조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도 자급률은 30%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윌리 쉬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자체 공급망이라는 목표는 전 세계 그 어떤 나라에도 완전히 비현실적이다”라며 “ASML 기술은 글로벌 교역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라고 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특허 문서를 분석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10년을 개발한다고 한들 시장에서 인정받는 품질의 EUV 노광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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