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500억, 한의사 시장 열린다”...대법원 판결에 조용히 웃는 필립스, GE, 삼성 메디슨

이병철 기자 2022. 12. 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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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결하면서,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삼성메디슨 등 의료기기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의사들이 초음파 기기 구매에 나서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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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할 수 있다’ 판결
성장 멈췄던 초음파 기기 업계, 한의원 수요에 시장 커질 것으로 기대
의사, 한의사 갈등에 적극적인 영업은 조심스러워
지멘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초음파 기기 '아쿠손' 3종. /지멘스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결하면서,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삼성메디슨 등 의료기기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의사들이 초음파 기기 구매에 나서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초음파 기기 시장은 그동안 성장이 정체된 상태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국내 의료기기 유통 업체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공동 구매 문의가 부쩍 늘었다. 국내 초음파 기기 시장은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가 6대 4의 비율로 양분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초음파 기기 시장은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등 해외기업이 64%, 삼성메디슨 등 국내 기업이 36%를 차지했다.

초음파 기기는 음파를 쏴 기관이나 세포에 반사되는 형태를 판독해 염증이나 근육 파열을 진단하거나,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진단 장치를 말한다. A 유통업체 관계자는”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한의원에 초음파 진단 장치를 파는 일이 한 달에 1건 정도였는데, 이번 주에만 한의사 공동구매로 수십대의 판매 계약을 맺은 유통업체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초음파 기기 판매량으로 업계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그동안 초음파 기기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치부됐다. 국내 대부분의 병원이 초음파 기기를 갖추고 있고, 기술 발달로 기기 수명이 길어지면서 교체하는 수요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갑자기 1만 명이 넘는 새로운 고객층이 생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영업 한의원은 1만 4464곳, 한방병원은 410곳이다. 초음파 기기 가격은 100만~1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최소 150억,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의사 초음파 기기 수요는 지금부터 시작인 만큼 관련 매출이 한동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한의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존 고객인 의사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서 의료기기 업체를 상대로 한의사들에게 초음파 기기를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라며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의사단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한의사들이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당장 돈을 버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다.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기를 사용해 비용을 청구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등재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전까지는 ‘진단 보조’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초음파 기기를 둘러싼 한의사와 의사의 갈등의 골은 깊다. 의사들은 한의사는 초음파 기기 사용에 전문성이 떨어져 오진 위험이 높다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은 한의대 교육 실습에 영상의학 관련 수업이 있으니 전문성에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심평원 등재 신청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라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료가 심평원에 등재되면, 초음파 기기를 찾는 한의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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