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産 CPU 탑재 PC, 올해 고작 2만3천대 출하"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주요 업체가 경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PC 부품과 완제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제품 윈도 PC 대신 자국 업체가 개발한 '바이칼'과 '옐브루스' 등 프로세서와 리눅스 기반 PC로 돌아섰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다. 올 한 해 옐브루스와 바이칼 프로세서 기반 PC는 1만5천대, 서버는 8천대 생산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내에 두 프로세서를 생산할 만한 역량을 갖춘 반도체 제조 시설이 없어 외부 업체에 의존해야 하지만 가장 큰 위탁 생산업체인 TSMC도 제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 PC 주요 부품·S/W 수출 중단...러시아 내 법인 철수도
프로세서, 그래픽칩셋 등 PC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과 PC 제조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지난 2월 말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 지역에 수출과 제품 공급 등을 중단하면서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12월 현재 러시아·벨라루스 등 수출 제재에 동참하는 기업은 인텔, AMD, 엔비디아 등 프로세서·그래픽칩셋 제조사, 대만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애플, 델, HP, 레노버 등 거의 모든 업체들이다.
엔비디아는 러시아 내 동원령이 선포된 지난 9월 말 당시 근무하던 240여 명에게 연말까지 사업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윈도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제품과 서비스 공급을 중단했다.
■ 자체 개발 ARM 칩 탑재 러시아산 노트북 등장
러시아 서버 업체 프롬빗은 지난 8월 ARM 아키텍처 기반 '바이칼 M1'을 탑재한 리눅스 노트북인 '비트블레이즈 타이탄'을 공개했다. 바이칼 M1은 '바이칼 일렉트로닉스'가 ARM 코어텍스-A57 IP(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생산한 프로세서로 8코어로 작동한다.
코어텍스-A57 IP는 2012년 ARM이 처음 공개한 IP로 퀄컴 스냅드래곤 810, 삼성전자 엑시노스 5433 등에 쓰였다. 10여 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에 터치스크린 대신 고정된 화면과 키보드를 달아 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 칩을 위탁생산하는 TSMC가 대만 정부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바이칼 M1)를 공급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프롬빗은 제품 공개 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바이칼·옐브루스, 공정 낙후로 자국 내 생산 불가능
지금까지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로 바이칼 일렉트로닉스의 바이칼 시리즈, 그리고 러시아 소재 모스크바 스팍연구소가 개발한 옐브루스 프로세서 등이 꼽힌다. 그러나 실제 제품 판매 실적은 초라하다.
이달 중순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올 한 해 옐브루스와 바이칼 프로세서 기반 PC는 1만5천 대, 서버는 8천 대 생산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막수트 샤다예프 러시아 디지털 발전·통신·미디어부 장관은 "올해 러시아산 프로세서 탑재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 내 생산 가능한 시설이 없어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옐브루스 프로세서는 TSMC 16나노급, 바이칼 프로세서는 28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내 가장 최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은 90나노급에 머물러 있어 자국 내 생산이 불가능하다.
■ 벨라루스, 주요 부품 우회수입해 노트북 출시
벨라루스 민스크 소재 가전업체 호리존트(Horizont)는 러시아산 프로세서 대신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이용해 윈도 노트북을 출시했다.
이 회사가 최근 공개한 'H북 Mak4'는 2020년 9월 출시된 인텔 11세대 코어 i3-1115G4 프로세서를 탑재해 기존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15.6인치, 1920×1080 화소 디스플레이와 DDR4 8GB 메모리, 256GB SSD, 윈도11 등을 탑재했다.
이 제품 가격은 1천599 벨라루스 루블(약 81만원)로 책정됐다. 벨라루스 언론 C뉴스에 따르면 유리 프레드코 호리존트 CEO는 "이 제품은 첨단 노하우와 기술로 만들어진 국산 제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세서를 포함해 SSD와 DDR4 메모리, 윈도11 운영체제 등은 러시아나 벨라루스에서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제품이다. 중국이나 터키 등을 통해 우회 수입했거나 기존 재고를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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