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마을 기록물, ‘우리는 주민 기록활동가’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전해야 합니다.”
지역 토박이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주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해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마을 기록 전시전인 ‘양천은 기록중’이 지난 19일부터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양천구에 사는 주민 기록활동가 17명이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마을 기록물을 볼 수 있다.
지난 27일 양천문화회관 기록전시실에서 만난 주민 기록활동가 5인은 “마을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마을 기록이 일회성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앞서 양천구청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등 가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지난해 12월 구민을 대상으로 주민 기록활동가를 모집했다. 선정된 이들은 ‘옛 지명팀’ ‘문방구팀’ ‘신월6동팀’ ‘목1단지팀’ ‘구옥팀’ ‘커피아저씨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8개월간 사진, 문서, 영상 등 총 825건의 마을 기록물을 발굴했다.
신월6동팀은 양천아카이브사진연구회(사진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문정순씨(55)를 주축으로 사진연구회 회원들로 구성됐다. 문씨는 “사진연구회 회원들은 2016년부터 신월6동의 재개발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왔다”며 “그간 찍은 사진과 주민들의 구술을 기록해 뜻깊은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양천구 내에 재개발될 곳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관이 함께 꾸준히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85년 준공해 현재는 재건축을 앞둔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단지(목1단지)의 경관을 기록한 자료는 목1단지팀의 결과물이다. 홍은경씨(58)는 “단지가 재건축되면 사라질 경관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팀원들과 단지 내 탐방길 14곳을 발굴해 사진과 그림으로 남겼다”며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전경이나 지도를 그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문화센터에서 6개월간 그림도 배웠다”고 했다.
옛 지명팀의 서인숙씨(57)는 팀원들과 현재 남아있는 약 56건의 옛 지명을 발굴해 사진과 음성 파일 등으로 기록했다. 서씨는 “한 지역에 오래 살아도 옛 이름이나 유래는 알기 어렵고 주민들의 관심도 적다”며 “주로 70~80대 어르신들을 인터뷰했는데 고령에도 옛일을 또렷하게 기억하셔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학교나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에 공동묘지 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담고 싶었지만 거주 중인 주민들을 생각해 온전히 전달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30년 차 양천구 주민이자 아이 넷의 엄마인 한미미씨(48)는 지역 내 오래된 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을 섭외해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양천구 대부분이 개발돼 아파트 일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주택도 많았다”며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에서 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낯선 이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문을 열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아파트만 덩그러니 있던 1988년 목동에 이사와 신정동, 신월동 일대가 재개발되는 과정을 지켜봐 온 이희숙씨(62)에게 이번 발굴 작업은 더욱 특별했다. 그는 “제가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우리 단지를 제외한 주변이 온통 밭이라 해바라기꽃을 심기도 했는데 참 많이 바뀌었다”며 “단지별로 기록관을 만들어 우리 단지의 옛 모습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서 저희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천은 기록중’ 전시는 내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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