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800발은 쓰도록"…대만, 군 복무 4개월→1년 늘린다

박가영 기자 2022. 12. 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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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가 현재 4개월인 군 의무복무 기간을 2024년부터 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면서 군사적·경제적 압력을 강화하자 대만 정부는 의무복무 기간을 다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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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 월급도 올려 2024년 적용… 中 "미국에 복종한 차이잉원"
/로이터=뉴스1

대만 정부가 현재 4개월인 군 의무복무 기간을 2024년부터 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고조되는 중국의 군사·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1월1일부터 군 의무복무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확대된 의무복무 기간은 2005년 1월1일 이후 출생한 남성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 의무 복무자의 월급도 오른다. 기존 6500 대만달러(약 27만원)에서 약 2만 대만달러(약 83만원) 대폭 인상된다. 이는 병사들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복무 기간 학자금 대출 등 금전적 부담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편안은 국방력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방 임무를 명확화하고 전투력을 증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의 임무가 불분명하고 전투력을 향상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오랜 기간 지속됐다"며 "병사들이 복무 시점부터 전역까지 실탄 800발 이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징병제는 국민당이 '중화민국' 정부를 본토에서 대만으로 옮긴 후인 1951년부터 실시됐다. 군별로 상이했던 의무복무 기간은 1990년 2년으로 통일됐다. 중국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2008년 의무복무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 이후 2013년 모병제 전환을 발표했으나 모집 정원에 미달해 연기됐다. 세 번의 연기 끝에 2018년 모병제로 전환했고, 1994년 이후 출생자는 4개월의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면서 군사적·경제적 압력을 강화하자 대만 정부는 의무복무 기간을 다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은 2016년 대만에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 출범 이후 독립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세우고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통일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로이터=뉴스1

중국은 최근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 발효에 반발해 대만 주변에서 올해 들어 최다 규모의 무력 시위를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내년도 NDAA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대만과 관련해 내년부터 5년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매년 최대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씩 융자 형식으로 지원해 미국산 무기 구입에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중국은 지난 25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군용기 71대를 동원해 대만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펼쳤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잠재적인 공격에 맞서 군 구조 개편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차이 총통은 "현재의 군 체계만으로는 중국의 증가하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에 불충분하고 비효율적이다"며 "대만이 충분히 강하다면 전 세계 민주주의와 자유의 본고장이 될 것이며, 전쟁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73% 이상이 군 의무복무 기간을 최소 1년으로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측은 대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분리주의 성향의 민진당 차이 총통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하며 군 복무 기간을 연장했다"며 "차이 총통은 (복무 기간을 연장하라는) 미국의 개입을 부인했지만,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차이 총통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미국에 복종하며 대만인들을 전쟁 직전으로 내몰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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