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커피'로 내기 골프해 3000만원 편취한 일당 '징역 2년'

지인에게 마약류로 분류된 약을 탄 커피를 먹이고 내기 골프를 해 수천만원을 편취한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 제2단독 지윤섭 부장판사는 사기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57)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범행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공범 B(63)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4월 8일 오전 전북 익산지역 한 골프장에서 평소 내기 골프를 함께 한 지인 C씨에게 의료용 마약 성분이 든 신경안정제를 커피에 타 마시게 한 뒤 라운딩해 3000만원을 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돈을 노리고 사전에 공모해 내기 골프에 끌어들이는 ‘바람잡이’, 마약류를 커피에 타는 ‘약사’, 준비한 돈을 잃으면 현장에서 금전을 빌려주는 ‘꽁지’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에 탄 신경안정제는 주범 중 1명이 미리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초반 4홀 정도까지는 1타당 30만원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하다 이후 C씨가 약효로 인해 실수를 반복하자 판돈을 50만∼1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또 전후반이 끝날 때 평소 평균 타수를 넘긴 타수에 판돈의 벌칙을 부과하는 일명 ‘핸디치기’로 1타당 200만원을 내놓게 했다.

C씨는 경기 도중 정신이 몽롱해지고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며 집중력을 상실하자 게임 중단을 요구했지만, 동반자들은 “매너를 지켜야 한다”며 얼음물과 두통약 등을 건네며 내기를 지속하게 했다.

결국 평소 80타대 초중반 정도 실력이었던 C씨는 이날 104타를 쳐 꼴찌를 했고 3000만원을 잃었다. 동반자들은 75∼83타를 기록했다. A씨 등은 C씨에게서 2500만원을 더 뜯어내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은 내기 골프 이후 건강을 회복한 C씨가 라운딩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해 탄로 났다. C씨 소변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재판부는 “친구로 지내던 피해자와의 인적 신뢰 관계를 악용해 치밀히 범행하고 마약류까지 사용해 죄질이 나쁘다”며 “피고인 중 일부는 약물을 이용한 사기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데도 또다시 유사한 형태의 범행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그동안 내기 골프를 도박으로 규정해 유죄를 선고해왔다. ‘기량 차이가 있다고 해도 우연성에 따라 결과를 예견하기가 매우 어렵고,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않고 재물을 취득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형법상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그 득실이 정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상대방에게 몰래 약을 타서 먹여 돈을 딴 행위에 대해서는 사기죄를 적용한다. 타수(핸디캡)를 고의로 속이거나 바지 속에 여분의 골프공을 넣어뒀다고 분실구를 찾은 것인냥 몰래 떨어뜨려 사용하는 이른바 ‘알까기’ 등으로 금전적 이득을 봤다면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내기 골프가 처벌 대상인 것은 아니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때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뒀다. 문제는 ‘일시적인 오락’이 어떤 경우인지 명확한 법적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법원은 각 사례마다 판돈 규모, 도박 참여자의 재산 수준, 도박 경위 등을 파악해 유·무죄를 따진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