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아이언맨 슈트’가 될 수 있을까…전문가들 “AI 조력받는 인간, 새 교육법 도입해야”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연구 기업 오픈AI가 챗봇 ‘챗GPT’를 공개한지 한 달이 지났다. 온라인에서는 “챗GPT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챗GPT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챗봇보다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단 질문을 하면 완성된 문장으로 답하고, 분량도 두 세 문단이 기본이다. 영어가 대표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로 물어보면 보다 창의적인 답변을 구사한다. 인간 신경망같은 알고리즘인 딥러닝 기반 언어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챗GPT는 같은 주제라도 질문에 어떤 조건을 거느냐에 따라 다르게 답변한다. 기자가 28일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하나 꼽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라’고 요청하자 챗GPT는 “기후변화를 생각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인간의 활동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초등학교 3학년 입장에서 알려달라’고 하니 “기후변화가 심각한 건 우리의 자손들이 살게 될 세상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하나 꼽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면서 ‘사회학자 입장에서 써달라’는 조건을 달아보았다. 그러자 챗GPT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는 차별과 정의 없는 정치적 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다른 내용의 결과물을 표시했다.
챗GPT는 학문 간에 존재하는 차이도 이해하는듯 했다. ‘사회학자의 학교 폭력 해결방안 보고서를 써달라’고 하자 “교육의 질 개선, 지역 사회와의 협력, 개인적 요인 고려 등의 접근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교육학자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묻자 “교육 환경 개선, 교육 프로그램 개선, 교육 전문가 지원” 등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회신이 왔다.
교육계에서는 챗GPT 같은 도구를 학생들이 과제 수행에 사용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목차 구성, 자료 수집, 원문 작성 등을 직접 해야 분석력, 비판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데 AI에 의존하면 이런 능력이 제대로 계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습자가 독자적으로 글을 쓰고 해석하고 창작하는 역할을 AI에게 미루는 것은 부드럽게 얘기하면 교육적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지만 달리 얘기하면 기존의 교육 개념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하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플립트 러닝’을 제안했다. 교수자가 먼저 설명하고 학생들이 질문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 ‘거꾸로 수업’을 의미한다.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동영상, 교재, 논문 등 자료를 주고 챗GPT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게 한다. 이 중 기계가 답할 수 없는 부분만 추려서 교수자에게 묻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챗GPT를 ‘아이언맨의 슈트’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슈트를 입으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엄청난 답변을 할 수 있는데, 제대로 이해해야만 내 것으로 만들어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도 “학생이 창작한 것과 AI에게 물어서 창작한 대상을 비교하면서 포스트휴먼 시대 기계와 인간의 차별점을 학습해야 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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