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호 또 의문사…푸틴 비판 때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부호와 에너지 기업 고위임원들의 의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또 한 명의 러시아 부호가 인도에서 사망했다.
BBC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동부 블라디미르시의 시의원인 파벨 안토프(65)는 지난 24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라야가다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그가 호텔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밝혔다. 안토프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유력 정치인이자 육류가공업체를 소유한 억만장자다. 그의 자산은 2019년 기준 1억4000만달러(1775억)에 이른다. 안토프는 생일을 맞아 친구 3명과 함께 인도를 여행 중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안토프가 사망하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는 함께 여행 중이던 친구 블라디미르 부다노프가 사망했다. 부다노프는 자신의 호텔방에서 와인병에 둘러싸여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현지 여행 가이드는 부다노프가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부다노프는 심정지로 사망했고, 안토프는 부다노프의 사망으로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도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의 죽음이) 범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안토프의 추락사는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부호들과 에너지 기업 고위임원들의 잇단 의문사 사건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안토프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민간인 거주지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남성 1명이 사망하고 7세 어린이와 어머니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왓츠앱에 “테러라는 말 이외에 달리 적절한 표현이 없다”고 썼다가 나중에 삭제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실수로 올렸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1일에는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 루코일 회장 라빌 마가노프가 입원 중이던 모스크바의 한 병원 6층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루코일은 개전 초기 “분쟁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같은달 10일에는 이반 페초린 극동·북극개발공사 항공산업 담당 이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트를 타던 중 물에 빠져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난 4월에는 가스업체 노바테크 최고경영자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의 빌라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의 금융부문 자회사 가스프로방크 전 부사장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도 지난 4월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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