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산업의 애플' 기대감 무너진 테슬라...전기차 독주 흔들린다

이태성 기자, 임동욱 특파원, 정혜인 기자 2022. 12. 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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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초 대비 7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위기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GM, BMW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경쟁력을 높인 것도 테슬라 위기론에 한몫을 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1.41% 떨어진 109.10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0년 8월 13일(108.07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들어서만 69.0%가 떨어졌다. 빅테크주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해왔던 메타 플랫폼(-65.2%)보다 낙폭이 더 크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 4일(409.97달러)에 비해서는 73% 하락, 4분의 1토막이 났다. 12월 한 달 하락폭만 44%다.

전기차 지배력 약화되고 자율주행 계획은 변경...사이버 트럭은 감감무소식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 2020.9.22/뉴스1

이날 테슬라의 낙폭을 키운 것은 상하이 공장이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보도였다. 테슬라는 그동안 연말연시에 공장 가동을 중지하지 않았다. 이번 생산 중단이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는 신호로 해석된 것이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위상이 과거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로 들어섰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이 3분기 65%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71%, 2020년 3분기 79%에서 낮아진 것이다. S&P는 2025년이 되면 테슬라의 전기차시장 점유율이 20% 미만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테슬라 차량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테슬라 차량이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4일 미국에서는 테슬라 모델S가 완전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8중 추돌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아울러 테슬라는 그동안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의 특징으로 꼽혔던 '테슬라 비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테슬라 비전은 카메라 8대와 신경망 처리 시스템을 통해서만 물체를 인지하는 기술로, 다른 센서 기술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하겠다고 했던 테슬라는 내년 1월 중순부터 레이더가 포함된 자율주행 장치를 판매한다.

고객을 끌어모을 새로운 모델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악재다. 테슬라는 당초 2021년에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로썬 내년 상반기 출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승용 신차는 2020년 '모델Y'가 마지막이었다. 최근 첫 장거리 전기 트럭 모델인 '세미'를 공개하면서도 차량의 자세한 스펙은 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리스크도...다른 완성차 업체들 빠르게 추격 중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대표직 사임 여부를 트위터 공개 투표에 붙이며 경영 논란을 일으키자 테슬라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022.12.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머스크가 지난 10월 말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오너 리스크' 역시 테슬라 주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이날 머스크의 경영 능력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했다. 그는 '테슬라 이야기가 말이 되나요?'(Did the Tesla Strory Ever Make Sense?) 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테슬라의 최근 주가 하락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이에 따른 자기 평판 붕괴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사실 우리가 본 머스크의 행동을 감안할 때, 나는 그가 대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고사하고 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조차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 전기차가 그동안 '혁신'의 이미지에 힘입어 차량을 판매해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한다. 새롭지 않은 기술로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리기 어렵고, CEO에 대한 불신은 차량 구매를 꺼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GM, BMW 등 다른 완성차 업체가 내놓는 전기차 성능이 테슬라보다 뒤쳐지지 않는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절대 우위를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은 끝나고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 테슬라의 이익률 역시 과거와 같을 수 없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테슬라의 주가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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