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한국판 인태 전략 구체화..포용-신뢰.호혜 3大원칙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28일 격화되는 미·중 패권다툼 등 요동치는 국제정세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격 공개했다.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지역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날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종 보고서는 지난 달 한-아세안 정상회의 계기로 윤 대통령이 발표한 인·태 전략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인·태 지역 전략에 투영했다.
우선 인·태 전략은 자유, 평화, 번영을 비전으로 포용, 신뢰, 호혜 등 3대 협력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실시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 등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한국판 인·태 전략에는 인·태지역의 전략적 중요성과 상황 진단, 한국이 지향하는 협력 방향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의 협력 범위를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동남아,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등 인태 내 주요 지역은 물론 유럽 및 중남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국한되거나 특정 지역과의 경제협력에 한정된 과거의 지역 구상들과 달리,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인태 지역으로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고 역내외 국가들과 양자·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인·태 전략은 미국 주도의 인·태 전략과도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통상 미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으나 한국판 인·태 전략에는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실제 보고서에는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3대 협력 원칙 중 하나인 포용에 따른 것으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적·외교적 교류 대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대상국가인 만큼 전통적인 한·미동맹 가치에 무게감을 더 두되 전략적으로 한·중 관계도 상호주의 측면에서 우호 증진 및 경협의 밀도를 점차 높여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녹아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한국판 인·태 전략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한·중·일 정상간 소통도 중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역량을 갖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을 우리가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얘기"라며 "윤석열 정부 인태 전략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포용이다.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견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미 동맹만 강조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한한령 및 사드 문제 등으로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중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위기와 관련, 역내 국가들과의 대북 공조를 더욱 견고하게 함으로써 북핵 위기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이를 토대로 역내 국가간 외교협력의 강도를 세게하자는 전략적 판단도 가미됐다는 관측이다.
향후 각 정부부처는 이 같은 인·태 전략을 기반으로 지역내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태 지역은 국제사회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며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나라는 더 큰 역할을 담당하고 기여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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