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전력에 성정체성도 허위…미 공화 하원의원 당선자의 ‘가면’
성소수자라면서 여성과 결혼 이력
브라질에선 ‘사기 혐의’로 기소도
민주당, 회기 시작 전 사퇴 요구
미국 중간선거에서 ‘성공한 이민자’이자 ‘히스패닉 성소수자’로 화제를 모으며 승리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당선자가 취임 전부터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내세웠던 학력과 경력 대부분이 날조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뉴욕주 3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조지 산토스다. CNN 등 미 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산토스 당선자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토스는 스스로를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나 월가의 유수 기업에서 일한 금융인이자 반려동물 구조에 앞장선 동물 인권 활동가’로 소개해 왔다. 하지만 지난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통해 산토스가 공식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등록했던 이력 대부분이 거짓으로 확인됐다. 그가 다녔다고 주장하는 뉴욕 바루크대 등 2곳은 산토스의 등록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시티그룹과 골드만삭스도 산토스라는 직원은 근무한 적도 없다고 했다.
개인사도 논란에 휩싸였다. ‘공화당의 첫 번째 성소수자 하원의원 당선자’로 화제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여성과 수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경력이 없다는 설명과 달리 브라질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우크라이나 유대인을 조부모로 둔 ‘자랑스러운 유대계 미국인’이라는 산토스의 주장도 실제 기록으로 뒷받침되지 않자 공화당 유대인 연합이 유감 성명을 내는 상황까지 됐다.
NYT의 보도 이후 의혹이 확산되자 산토스는 결국 전날 WABC 라디오 등 뉴욕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없다”며 “내가 경력을 부풀린 것에 대해 실망을 안겼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산토스는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이 이력서를 과장하거나 조금 왜곡하거나 한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토스의 허위 경력 파문이 커지면서 민주당 소속 일부 하원의원들은 그가 새 의회 회기 시작 전에 사퇴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산토스가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더 많은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기록이나 개인적 성취를 완전히 조작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하원의장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공화당 지도부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산토스를 하원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닉 라롤타 공화당 하원의원 당선자) 정도가 공화당 내에서 나오는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일각에선 산토스가 사퇴하지 않으면 의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체 의원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해서 쉽지는 않다. CNN은 현재까지 미 의회가 동료 의원의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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