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빈 "최민호, 또 같이 작품하고픈 배우" [인터뷰]
함께 호흡한 최민호에 대한 애정 "배울 점 많아"
배우 채수빈이 '패뷸러스'한 청춘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간 로맨스코미디 장르에서 청춘답게 씩씩한 캐릭터를 주로 그렸던 채수빈이지만 이번에는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는, 어른의 경계에 있는 인물을 표현해냈다.
28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채수빈은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더 패뷸러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패뷸러스'는 정글 같은 패션계를 배경으로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치열한 생존기와 뜨거운 열정을 현실감 있게 담아 설렘과 공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극중 채수빈은 명품 브랜드 마케터 표지은 역으로 분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청춘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온 채수빈이 다시 한번 담아내는 청춘의 얼굴이다. 채수빈은 예측불가한 패션계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지은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펼쳐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먼저 공개 소감에 대해 채수빈은 "진짜 재밌게 촬영했다. 1년 뒤 겨울을 보니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촬영한 기분이다. 추억 여행하듯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더 패뷸러스'는 전 세계 TOP 10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두고 채수빈은 "우리나라 작품을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실제로 해외 나가서도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하다. '로봇이 아니야'를 많이 보셨더라. 발리 가족 여행을 갔는데 알아보시더라. 세계적으로 많이 유명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인기를 실감한 순간을 짚었다.
작품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채수빈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가벼운 즐거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형화되지 않고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작품의 강점으로 꼽았다. "대본을 봤을 때 무겁지 않게 느껴졌어요.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판 '에밀리'라는 표현이 너무 감사해요. 저도 그런 주제를 좋아하거든요."
섬세한 디렉팅 속에서 채수빈은 차근차근 캐릭터의 감정선을 완성했다. 신중하게, 세심하게 연출진과 논의를 거쳤다. 화려한 장소 속 군중과의 촬영도 녹록치 않았다는 채수빈은 "(그런 촬영을 하는 날에는)하루가 끝나지 않더라"면서 "제가 늘 겨울에 촬영을 하고 있다. 항상 추위를 막으려고 핫팩을 붙이고 연기하곤 한다. 이번 작작품에서는 민호 오빠가 배려를 많이 해줬다. 너무 춥다고 하면 '괜찮아, 이겨내'라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작품은 지은의 연애와 일 두 영역을 밸런스 있게 다룬다.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신이 다소 생략된 부분도 있다. 극중 전 연인과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 채수빈에겐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이를 묻자 그는 "저는 굳이 '전 애인과 친구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있다. 전 연인과의 친구로 지내는 것에는 둘 중 한 명이 마음이 있다는 것 같다. 우리 드라마에서도 우민(최민호)이 마음이 있었다. 저는 '굳이'다"고 자신의 연애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극중 위기를 맞이하고 또 좌절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갔단다. 앞서의 작품들에서 채수빈은 주로 청춘의 표상 같은 캐릭터를 맡았다. 소재와 배경이 다르지만 전작들과 다른 차별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터다. 그는 "이야기들이 다 다르다. 전작과 달라야 하는 생각보다는 지은이와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더욱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치열하게 일하고 부딪히는 인물은 채수빈에게도 좋은 영향을 남겼다. 그는 "극중 '나는 내가 내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지 알아'라는 대사가 지은을 잘 표현했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같이 호흡한 최민호는 어떤 연기자일까. 채수빈은 "너무 배려도 많고 본인보다 남을 더 많이 생각하고 챙겨준다. 또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배우다. 불편함 없이 모든 스태프와 잘 '으쌰 으쌰'해서 에너지를 끌어준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늘 언니 오빠들과 촬영을 많이 했다. '경찰수업' 때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이번 작품에서는) 선배들이 많아서 의지를 했다"고 떠올렸다.
최민호와 5시간 간 키스신 촬영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채수빈은 "아버지가 키스신을 안 본다. 불쾌하신 것 같다. 전작들도 그랬다. 키스신이 나오면 넘기신다. 아버지가 '딸 바보' 면모가 있다. 제가 지금까지 격정적인 애정신을 안 해봤다. 저도 보기 힘들더라. 그래도 잘 찍었다.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말했다.
작품이 아닌 실제 채수빈의 연애관도 들을 수 있었다. 채수빈은 극중 삼각관계 같은 상황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다면서 "이성에게 대시가 들어오는 시기가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다. 여러 명에게 대시가 와도 선택하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예전에는 이상형 기준이 모호했다. 이제는 나와 코드가 잘 맞고 배려를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자기 방식대로 색채대로 사랑을 요구하는 사람을 만나면 힘들다. 그런 부분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앞서 채수빈은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을 통해 찐현실 로맨스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씁쓸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 풋풋하고 당찬 에너지를 발산, 대학교 신입생에서 점차 성장해 가는 캐릭터를 밀도 높게 완성했다.
자신의 연기를 두고 채수빈은 "늘 후회가 남는다"면서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내 연기만 보인다. 이제 막 공개된 '더 패뷸러스'도 여러 평가를 받게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궁금한 마음에 직접 '더 패뷸러스' 관련 대중의 반응을 찾아봤다는 채수빈은 "너무 좋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별로라고 하는 평가도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저도 대중의 반응이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한다. 호평이 너무 감사했다. 헐뜯으려고 하는 댓글들은 흘려보낸다.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채수빈은 스스로 가치관이 건강한 편이라고 자부했다. 외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성격이 많은 상황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최근에는 무대에도 서는 중이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 이후 2년 만에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채수빈은 "같은 장면을 수없이 호흡하고 반복하니 할 때마다 공부가 된다.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공부가 많이 된다"면서 "'SNL 코리아'도 연극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재밌었다. 여러 회차가 아닌 한 번에 나가야 해서 긴장이 많이 됐다. 라이브한 느낌이 좋았다. 일반 예능보다 더 편하게 했다. 연기적으로 망가지는 걸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떠올렸다.
그간의 이미지가 모여서 배우 채수빈하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직결된다는 것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기자로서는 조금 더 욕심이 생긴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저도 다른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욕심이 있어요.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습니다. '블루 발렌타인' '결혼 이야기' 등 현실적이고 성숙한 이야기와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인물을 만나보리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