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기록할 영상"... 다큐로 되살아난 국내 최초 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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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가 국내 최초의 국악단체로 알려진 '청풍승평계'의 실체를 규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는 "국악관현악단 격인 청풍승평계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이제 국악사도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풍승평계는 창단 당시 수좌(단장)와 통집(사무국장), 교독(총감독), 총률(수석단원) 등 현재 국악관현악단처럼 직급을 갖췄다.
국내 학계가 청풍승평계를 첫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하면, 우리나라 국악관현악의 역사는 72년이나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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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간 자료·증언 추적, 직접 기획·시나리오·연출까지
"129년 전 최초 국악관현악단 실체 확인··· 국악사 새로 써야"
현직 기자가 국내 최초의 국악단체로 알려진 ‘청풍승평계’의 실체를 규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8일 충북 제천문화원에 따르면 손도언(46) 중도일보 기자는 조선 말엽 제천에서 결성된 청풍승평계를 다룬 다큐를 최근 제작, 제천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제목은 ‘129년 전, 물속에 잠긴 전설 속 국악단체-청풍승평계를 찾아서’.
청풍승평계는 1893년(고종 30년) 제천 청풍지역에서 민간 주도로 창단된 국악단이다. ‘청풍 사람들이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여 만든 예술 단체’란 뜻이다. 1969년 발간된 제천군지(誌)에 ‘악성 우륵이 활동한 청풍에서 그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1893년 승평계를 조직했다’는 기록이 있다. 창단 멤버 33명의 인적 사항도 적혀 있다. 청풍승평계 단원들은 한국전쟁 이후 각지로 흩어졌다. 거주지에 남아 있던 악기와 악보 등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청풍지역이 수몰되면서 대부분이 유실되고 말았다.
총 42분 분량의 다큐는 청풍승평계의 실체를 확인하는 자료와 증언, 국악계와 역사학계의 평가, 음악사적 가치 등을 담았다. 특히 청풍승평계 단원이던 이태흥(1871~1940)의 4대 후손인 이화연(67)씨와 주민 이장용(89)씨의 생생한 구술 증언이 실려 있다.
이화연씨는 “조부모로부터 ‘집안에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이 가득했고, 도포를 입은 어른들이 정기적으로 악기 연습을 했다’는 말씀을 자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장용씨는 청풍승평계의 후신인 속수승평계(1918년 창단)의 존재를 확인하는 증언을 들려준다. 당시 속수승평계가 있던 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국악 소리가 들려 대문 틈으로 보니, 도포와 두루마기를 입은 분들이 연주를 하고 노래도 하는 걸 봤다”고 전했다.
손 기자는 청풍승평계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18개월간 관련 사료와 증언을 발굴하는 데 매달렸다. 촬영부터 기획, 시나리오, 연출까지 다큐 제작도 도맡다시피 했다.
그는 “국악관현악단 격인 청풍승평계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이제 국악사도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풍승평계는 창단 당시 수좌(단장)와 통집(사무국장), 교독(총감독), 총률(수석단원) 등 현재 국악관현악단처럼 직급을 갖췄다. 단원들이 연주한 악기는 가야금 거문고 비파 피리 대금 장고 등 지금의 관현악단처럼 다양했다.
지역 학계와 예술계에서는 청풍승평계가 가장 오래된 국악관현악단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한국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은 1965년 창단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다. 국내 학계가 청풍승평계를 첫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하면, 우리나라 국악관현악의 역사는 72년이나 앞당겨진다.
손 기자는 지난해 3월부터 중도일보에 ‘10년간의 취재기록-판소리의 원류는 충청도다’라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지금까지 54편을 보도했는데, 모두 100편을 쓰는 게 목표라고 한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출신인 그는 “국악 대중화와 세계화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에서 국악의 역사와 가치를 좇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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